"6월부터 출산휴가 안돼!" KLPGA 워킹맘 없는 이유

시즌 30% 이상 지나면
출산휴가 신청 불가능
출전권 연장 포기해야
선수·관계자 불만 폭발
협회 "규정 변경 검토"

"계획대로 임신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요."

오는 6월부터 출산휴가(산휴)를 사용할 수 없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출산휴가 규정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각 시즌 공식 첫 번째 대회를 기준으로 30% 이내의 대회가 끝나기 전까지 출산휴가를 신청해야 한다는 첫 번째 세부 조항 때문이다. 2023시즌을 기준으로 하면 오는 26일 개막하는 E1 채리티 오픈까지 출산휴가 신청이 가능하지만 이후에는 임신한 상태로 투어를 뛰거나 남은 시즌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KLPGA 투어에 산휴 규정이 생긴 건 2003년이다. 당시 KLPGA 투어는 선수들 의견을 수렴한 뒤 '산휴 신청 선수 시드권·시드 순위 연장' 규정을 만들었다.

그런데 KLPGA 투어가 출산휴가 신청 기간을 시즌 시작 후 30% 이내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KLPGA 투어 관계자는 "정규 투어를 뛰는 선수 전체의 형평성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임신으로 출산휴가를 가는 선수와 이후 투어를 뛰게 된 선수의 시드 유지 가능성을 고려해 30% 이내로 출산휴가를 신청할 수 있는 시기를 정해놨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골프계 한 관계자는 "현재 KLPGA 투어의 산휴 규정을 보면 아이를 낳지 말라는 것과 같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출산 지원제도를 만들고 있는데 KLPGA 투어만 역행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LPGA 투어가 정한 산휴 규정에 발목을 잡힌 선수도 몇몇 있다. 이 규정으로 사실상 KLPGA 투어 출전권을 잃게 된 한 선수는 "마음먹은 대로 아이가 생기는 게 아닌데 출산휴가를 신청하는 기간이 따로 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하루빨리 산휴 규정이 개정돼 나처럼 KLPGA 투어를 누비는 꿈을 잃게 되는 선수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이돌봄시스템 등 다양한 출산 관련 정책이 약 30년 전부터 만들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출산을 했거나 출산이 예정된 선수의 경우 당해 또는 이듬해를 출산 연도로 지정할 수 있다.

KLPGA 투어는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산휴 규정을 적극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LPGA 투어 관계자는 "선수들이 정식 건의하면 이사회를 거쳐 산휴 규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