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후 ‘해바라기센터’ 확대 공언한 정부, 7년간 단 ‘3곳’ 증설
2016년 정부는 강남역 살인사건 대책 중 하나로 성폭력 상담·의료·형사절차 지원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바라기센터’ 설치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7년간 추가 개소된 곳은 3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2년에 1곳 꼴로 생긴 셈이다. 정부가 해바라기센터 관리 및 운영 부처인 여성가족부를 다른 부처로 개편하려고 하는 터라 추가 개소 전망도 어둡다.
17일 기준 전국 해바라기센터는 통합형 17곳, 위기지원형 15곳, 아동형 7곳으로 모두 39곳이다. 정부 대책안이 발표된 2016년 6월 36곳에서 3곳 증설된 것이다. 지역 별로는 서울 7곳, 경기 5곳, 인천·경북·전북 각 3곳, 강원·경남·광주·대구·부산·전남·충북 각 2곳, 대전·울산·제주·충남 1곳이다. 여가부는 각 지자체별 공모 신청을 받아 올해 1개소를 더 열 계획이다.
정부는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보름 후인 2016년 6월1일 부처 합동으로 ‘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없는 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부산 길거리 무차별 폭행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특히 여성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상담·지원을 위한 ‘해바라기 센터’(’16년까지 1개소 증설 예정)를 주요 지역에 확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해바라기센터에서는 피해자 증거채취, 진술 기록, 심리치료 등이 이뤄진다. 경찰과 상담사, 의료진 등이 상주한다. 여가부는 지난해 해바라기센터 이용 건수를 약 39만7000건으로 잠정 집계했다.
해바라기센터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센터 수가 적은 비수도권에서 이런 목소리가 컸다. 지난 16일 충남도의회 복지환경위원회에서는 “최근 충남 서남부에서도 성폭력 신고건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실제 이를 처리할 해바라기센터는 없다”며 해바라기센터 확충 예산 심의 안건이 올라왔다. 2016년부터 대구시 일부 시의원과 대구 자치경찰위도 ‘통합형’ 해바라기센터의 추가 설치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해바라기센터 인력도 부족하다. 지난해 8월 여가부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년8개월간 전국 해바라기센터 9곳에서 의료진이 없어 성폭력 피해자에게 야간 응급 키트를 지원하지 못한 기간이 260일이었다.
현 정부가 여가부 기능을 축소하고 일부 기능을 복지부로 개편하면 해바라기센터 확대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3년 여가부 주요업무추진계획에는 해바라기센터 규모 확장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
여가부 관계자는 “지침상 지자체가 먼저 요청해야 해당 지자체에 해바라기센터 사업지원을 할 수 있는데, 연계 병원 응급실 필수 운영 등 해바라기센터 운영 조건이 맞아야 하는 데다 24시간 파견 인력이 필요해 지자체가 경찰과 병원의 협조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바라기센터가 수익 사업보다는 공익 사업에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협조해주는 병원에 감사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바라기센터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에게 성폭력 상담소를 연계해주고 있다”고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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