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한밤에 런웨이로 변신한 경복궁..."명품답지 않은 마무리"
어젯밤, 경복궁이 5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가 지켜보는 패션쇼 런웨이로 변신했습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구찌의 2024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가 열린 건데요.
아시아에서 열리는 최초의 구찌 크루즈 패션쇼이자, 한국 진출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개최한 공식 패션쇼였습니다.
여러 의미가 있는 만큼 쇼는 화려했습니다.
국보 223호, 현존하는 한국 최대 목조 건축물 중 하나 경복궁 근정전의 색다른 모습도 인상적이었는데요.
근정전 팔작지붕 주변으로 은은한 조명이 돋보였고, 근정문과 근정전 사이 마당에는 마치 별 무리처럼 낮게 깔린 조명들이 운치를 더했습니다.
구찌는 향후 3년간 경복궁의 보존을 위해 후원을 약속할 만큼 쇼 개최에 공을 들였는데요.
그렇다면 왜 경복궁이어야만 했을까요?
경복궁은 도심 한 가운데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법궁, 즉 임금이 살던 궁궐로, 조선 시대부터 지금까지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입니다.
세종대왕이 평생 한글 창제와 천문학의 발전을 이뤄낸 곳으로도 기억되죠,
마르코 비차리 구찌 글로벌 회장 겸 CEO는 "과거를 기념하고 미래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경복궁에서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혔는데요,
위기의 순간마다 과거에서 영감을 받은 브랜드의 성격과 경복궁의 정체성이 맞아 떨어졌다는 설명입니다.
2016년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2017년엔 이탈리아 로마의 대표 유적인 팔라티노 언덕에서 열린 패션쇼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그런 영광은 명품답지 못한 마무리에 가려지게 됐습니다.
패션쇼가 끝나고 인근 건물에서 뒤풀이 행사가 이어졌는데 자정이 다 될 때까지 쿵쾅쿵쾅 음악 소리와 함께 요란한 불빛들이 번쩍이면서 인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급기야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빚어졌습니다.
접수된 신고만 50건이 넘는다고 하는데 비난은 온라인에도 쇄도했습니다.
사회적 개념은 명품이 아닌 하품이라고 꼬집는가 하면 궁에서 쇼하니 도심인 걸 잊었나, 평일 밤인데 이래도 되나, 불만이 쏟아진 겁니다.
'최초'라는 타이틀 속에 화려함이 돋보였던 구찌 패션쇼.
국내외 스타들이 총출동하고 실시간으로 패션쇼 현장이 공유될 만큼 시선을 끌었지만, 눈살을 찌푸리는 마무리 때문에 뒷모습은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YTN 박석원 (anc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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