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불효자 상속 vs 딸·아들 차별 방지…'유류분' 제도 위헌일까
법정 상속액의 최대 절반까지 유류분으로 청구 가능
故구하라 친모가 재산 요구하며 사회적 관심
헌재, 17일 첫 유류분 위헌 여부 공개변론
재산권 침해 vs 재산 형성 가족 공헌 인정
사례 A |
삼대 독자에 딸이 셋, 네 자녀를 둔 김모씨는 전재산을 외아들에게만 남겨주고 죽었다. 이에 딸들은 재산을 물려받을 권리를 주장하며 '유류분' 소송을 제기했다. 아버지 병 수발은 딸들이 번갈아가면서 다 들었고, 아들은 가끔 가족 식사 때 얼굴 비춘 게 전부라는 이유에서였다. |
사례 B |
박모씨는 자신의 외아들에게 일찌감치 재산 대부분을 증여했다. 하지만 증여 후 박씨가 외도로 낳은 또다른 딸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딸은 자신에게도 재산을 물려달라며 외아들이 이미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 '유류분' 소송을 제기했다. 박씨와 딸 사이는 물론 이복남매 간 왕래는 없었다. (※ 독자의 이해를 위해 편의상 두 사례를 각색) |
정반대의 사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유류분 제도의 위헌 여부를 판가름하는 변론이 펼쳐졌다.
헌재는 17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모씨 등 5명이 "민법 1112~1116조, 1118조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헌재가 유류분 제도를 놓고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유류분이란 고인의 뜻과 상관없이 법정 상속인의 최소 상속분을 보장하는 제도로,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유언에 의한 재산 처분의 자유를 제한해 상속인에게 일정 재산을 확보해 주는 기능을 해왔다.
다만 부양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가 부모 사후 상속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제도이기도 하다. 특히 고(故) 구하라씨 사례처럼 자식을 버린 부모도 재산을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헌 시비가 본격화됐다.
유류분 제도에 따라 피상속인의 유언과 무관하게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 상속액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청구할 수 있다.
사례A만 보면 유류분 제도는 존속해야 할 제도지만, 사례B를 보면 억울한 사람을 만드는 제도이기도 하다. 1979년 처음 유류분 제도가 시행됐을 때에는 사례A의 경우가 많았지만, 남존여비 사상이 옅어지고 재혼 가정이 늘어나면서 사례B의 경우도 빈발했다.
청구인 측은 이날 공개 변론에서 유류분 제도가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해관계인으로 나온 법무부 측은 재산 형성에 기여한 가족들의 몫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반박했다.
청구인 측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가 상속권보다 우선한다"며 "유류분 제도는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배우자뿐 아니라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까지 획일적·일률적으로 유류분 비율을 정하고 있어 매우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상속인과 상속인 사이 유대관계가 단절된 경우 과연 상속재산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유류분 제도가 가족 연대에서 출발했지만 사실 유류분 제도가 가족의 연대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류분 소송이 점점 늘고 있는데, 이는 당사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훨씬 더 많은 증여나 특별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것. 청구인 측은 "그간 부모를 돌보지 않고 유류분을 갑자기 달라며 싸우는 것이 가족 간 분쟁을 더 유발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재판부는 "우리 민법에 상속인 결격제도를 두고 있지 않느냐. 유류분 조항에 적용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청구인 측은 "살인 미수가 대표적인 결격 사유"라며 "부양하지 않거나 학대하는 경우는 결격 사유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유명 연예인법을 이름을 딴 법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고 답했다.
청구인 측은 언제 형성된 재산인지, 또 언제 증여됐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것 역시 문제라고 봤다. 고인이 공익재단에 기부하고 사망했는데, 유류분 소송이 제기되면서 공익재단이 기부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청구인 측은 "재단의 장학금을 받은 사람들이 유럽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유류분 제도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게 커다란 지장이 생긴다"며 "이런 식으로 되면 선진국과 같이 모든 자산을 자제에게 하나도 남기지 않고 기부하는 기부문화는 전혀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 등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피상속인이 사망한 뒤 몇 년' 이라는 방식으로 유류분에 대해 기간을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장관 측은 "아들에게만 모든 재산을 물려줘서 상속받지 못하는 딸들을 구제하기 위한 양성평등 정신으로 도입된 제도"라고 맞섰다.
이어 "유류분 제도는 사망자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그 중 일부에 대해서는 공평하게 분배하도록 해 피상속인과 상속인들의 가족간 유대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차별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완화하는 완충장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류분 제도를 사회 현실에 맞게 수정할 필요는 있지만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를 원천 박탈하지 않고 유족의 생존권 보호에도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이날 논의 내용을 토대로 유류분을 정한 민법 조항이 위헌인지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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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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