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원 들인 ‘애물단지’ 목조 거북선, 154만 원에 팔린 사연은?
사업비 20억 원을 들여 제작한 경남 거제의 한 목조 거북선이 최근 경매를 통해 154만 원에 팔렸습니다.
최초 매각 예정가인 1억 1,750만 원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으로, 무려 여덟 차례에 걸친 입찰 끝에 팔린 건데요.
임진왜란 당시 모습으로 복원됐다며 야심차게 등장한 거북선이 어쩌다 이러한 결말을 맞게 된 걸까요.
■ 사업비 20억 원 '거북선'…"이순신 프로젝트로 시작"
이 거북선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시절인 2010년 추진돼 이듬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경상남도는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겠다며 이른바 '이순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거북선은 이 프로젝트의 하나로 전문가 고증을 거쳐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모습으로 만들어졌는데요.
길이 25.6m, 높이 6.06m의 초대형 목조 구조물로 그 무게만 100t이 넘습니다.
국비와 도비 등 사업비 20억 원이 투입됐는데, 2011년 제작된 뒤 거제시가 줄곧 관리해왔습니다.
■ '금강송'썼다더니…알고 보니 '가짜 거북선'
하지만 거북선은 세상에 공개되자마자 곧바로 '가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제작 당시 경상남도와 거제시가 국내산 소나무인 '금강송'을 사용해 거북선을 만들었다고 홍보했는데, 뒤늦게 값이 싼 수입산 소나무를 섞어 만든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경찰 수사 결과, 전체 목재의 81%가 미국산 소나무로 쓰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논란이 일자, 당시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지도 감독 책임이 소홀했던 점을 인정해 공개 사과했습니다.
계약과 달리 임의로 수입산 목재를 쓴 거북선 건조업체 대표는 2012년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비오면 물 새고, 목재는 뒤틀리고…"안전 사고 우려"
거북선을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애초 거북선은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항 앞바다에 정박해 두고, 승선 체험 등 관광 자원으로 활용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선박 흔들림이 심하고 비가 오면 물까지 새면서 1년 만에 육지로 옮겨져 거제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됐습니다.
이후에도 방부 처리를 하지 않아 목재가 썩고 뒤틀리는 현상이 발생했고, 지난해 태풍 '힌남노' 당시 꼬리 부분이 파손됐습니다.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 거북선에 안전 사고 우려마저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매년 유지·보수비 수천만 원 …7년 새 '1억 5천만 원' 들어
거제시는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해마다 거북선 도색이나 보수 공사에 수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기 때문입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들어간 거제시 예산만 1억 5천여만 원에 이릅니다.
앞으로 수억 원을 들여 유지 보수를 하더라도 내구연한이 7~8년에 불과해 효용가치도 높지 않았습니다.
결국, 거제시는 20억 원을 들여 만든 거북선을 처분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월 공유재산법에 따라 거북선 매각 일반입찰 공고를 냈고, 입찰이 최종 무산되면 폐기 처분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습니다.
■ 매각 예정가 '1억 1,750만 원'…최종 낙찰가 '154만 원'
그렇게 지난 2월부터 시작된 거북선 공개 입찰, 최초 매각 예정 가격은 1억 1,750만 원이었습니다.
하지만 크기와 무게 탓에 이동이 쉽지 않고 활용도가 떨어지다 보니 일곱 차례나 낙찰자를 찾지 못하고 유찰됐습니다.
거제시는 '유찰 시 폐기'라는 방침과 함께 마지막 공고를 올렸고, 결국 8번째 입찰 끝에 거북선은 낙찰자를 찾게 됐습니다.
최종 낙찰가는 154만 원! 하지만 최초 매각 예정 가격의 1% 수준이라 사실상 폐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거제시 관계자는 "낙찰자가 애써 만든 거북선이 폐기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활용 계획은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열흘 안에 계약 안 되면 '낙찰 취소'…"최종 계약 어려울 수도"
예산 20억 원을 들여 만든 거북선은 결국 8번의 입찰 끝에 최종 가격 154만 원으로 팔렸습니다.
앞으로 낙찰자는 입찰액의 10%인 입찰보증금을 제외한 잔금을 치러 거제시와 매매 계약을 맺어야 하는 데요.
하지만 수리비와 운반비 등 부대 비용이 큰 데다가 낙찰자가 온전히 부담해야 해서, 계약이 최종 성사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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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관 기자 (par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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