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지갑 찾아낸 전문가 변창호 “코인 매수 시점 집중 수사 필요”
로비 있었다면 코인보다 정보로 받았을 가능성 커
코인 매수 시점 살펴 보고, 폭등한 내역 찾아야
매도 시점 놓쳐 손해 봤어도
사전정보 몰랐다고 할 수 없어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압수수색을 통해 김 의원의 코인 거래 내역을 확보하면서다. 제 3자에게 무상 제공 받은 코인은 없는지, 대가성이 의심되는 거래는 없는지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업비트, 빗썸 같은 중앙화된 거래소는 영장 없이 거래 내역을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탈중앙화 거래소’를 이용한 내역은 누구나 ‘블록체인 탐색기’라는 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상자산 인플루언서인 변창호 씨가 김 의원의 가상자산 지갑을 찾아내면서 탈중앙화 거래소를 통한 거래 내역이 공개됐다. ‘변창호 사관학교’라는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블록체인판’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거래 내역 분석을 통해 코인 발행사가 사전 공지 없이 대량의 물량을 시장에 판매한 사건 등을 파헤쳐 상장폐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다만, 워낙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활동하는 만큼, 얼굴 공개는 꺼렸다.
지난 16일 이데일리와 만난 그는 “검찰은 김 의원의 거래 내역을 분석할 때 단순히 외부에서 받은 코인이 있는지만 확인하지 말고, 사전에 상장 정보 등을 받은 부분은 없는지도 함께 살펴봐한다”고 당부했다. 사전 정보 제공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 중에 가장 핵심은 자금출처다. 김 의원이 직접 주식 매각대금 10억원으로 가상자산 투자를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지갑 분석을 통해 추정된 김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규모는 최대 120억원이다. 투자금을 10배 이상 불린 셈이다. 이런 수익률이 어떻게 가능했느냐는 의문에서 자금출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변창호 씨는 불법 로비가 있었을 경우 코인으로 대가를 받았을 가능성보다 사전 정보로 받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종잣돈 10억원을 비트토렌트라는 코인에 투자해 40억원으로 늘리고, 이를 다시 위믹스에 투자해 100억원으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누구에게 코인을 받을 필요 없이 상장 정보 등을 받으면 더 쉽게 돈을 불릴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2021년 1월 업비트에 10억원을 넣어 투자를 시작했는데, 처음 투자한 코인 중 하나가 비트토렌트로 알려졌다. 이 코인은 같은 해 2월 개당 1원도 하지 않았지만, 2개월 만에 10원대로 20배가량 급등했다. 변창호씨도 “당시 비트토렌트에 국내 시세조종 세력이 가담해 가격 끌어올리기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했다. 일명 ‘개미 털기’ 작업을 했다는 얘기다. 개미 털기는 인위적으로 가격을 끌어 올려 개미 투자자들을 유인한 뒤, 고점에서 대량 매도해 세력은 수익을 챙기고 개미 투자자들은 손해를 입히는 수법이다.
코인 매도 시점보다 매수 시점 봐야
사전 정보를 통한 로비 여부를 밝혀내려면, 코인 매수 시점을 집중 조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보도 다단계처럼 흐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고위공직자에게 로비를 목적으로 정보를 줬다면, 가장 빠른 시점에 알려줬을 것이고 매입평균 단가(평단)도 낮았을 것이다. 그 정보가 넓게 퍼지면서 평단이 점점 올라가는 메커니즘이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로비 의혹이 일자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카오지갑에 들어간 가상화폐 총액과 이체된 총액을 비교하면 정말 엄청난 손해를 본 것이 명확한데도 이렇게 황당한 기사를 쓰다니 정말 어처구니 없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실제 김 의원이 지난해 2월16일 개당 6800원에 4억원어치 사들이 메콩코인은 단 3일만에 1만7000원으로 2.6배가량 상승했다. 김 의원은 최고점을 찍은 2월 19일 보유물량의 18%가량을 매도했지만, 이후에는 가격이 하락하는 중에 여러 차례 나눠 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전 정보를 받았다면, 최고점에서 모두 매도해 최대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이 의아해 보인다.
하지만, 매도 시점을 놓쳐 손해를 본 것이 사전에 정보를 받지 않았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게 변창호 씨의 지적이다. 그는 “시세조종 세력이 처음에 제시한 목표가격에 도달하기 전에 배신하는 사람이 나오면 가격이 무너지는 일이 다반사”라며 “사전 정보를 안다고 반드시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손실을 보거나 최고점에 못 팔았다고 세력과 연관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자본시장법 적용 어려워서 무혐의 나올까 걱정돼”
그는 “검찰 수사결과 의심스러운 정황은 보이나, 자본시장법에 코인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올까봐 걱정”이라고도 했다. 코인을 직접 받은 정황이 나오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해 처벌이 가능하지만, 사전에 정보를 제공 받아 수익을 낸 경우라면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 가상자산이 자본시장법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 적용은 가능하지만 가해자의 기망 행위나 피해자의 착오 등을 입증해야 해서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또 “규제가 미비해 무혐의로 결론이 난 것을 놓고도 괜히 의혹 제기를 해서 코인 가격을 떨어뜨렸다며 나를 공격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 뻔하다”고 답답해했다. 그가 의혹을 제기해 수사가 진행됐지만, 적용할 법이 마땅치 않아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사건도 많다고 했다.
변창호 씨는 “가상자산 시장이 무법지대로 몇 년 동안 방치돼 있기 때문에 실제 이를 악용한 범죄도 일어나고 있다”며 “코인 불장이 정치권의 화두로 던져진 게 2017년도인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하다가 이제와 부랴부랴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임유경 (yklim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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