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제주 제2공항 전략환평에 “조류 누락에 숨골 과소평가, 용암동굴 가능성 무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 작성’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단체들은 지자체와 정부가 시민사회와 함께 주요 항목에 대한 공동조사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이하 도민회의),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전략환경영향평가 주요 항목 조사 대상이 의도적으로 빠지거나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가 ‘부실 조사’ 의혹을 제기한 주요 평가 항목은 항공기-조류충돌 위험성 평가, 숨골 가치 평가, 용암동굴 존재 가능성 총 3가지다.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이하 평가서)를 보면 발견된 조류 172종 중 기존 국내 공항에서 항공기 충돌이 확인된 39종에 관해서만 충돌 위험성 평가가 실시됐다. 그러나 평가서를 보면 2008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공항 조류충돌 3031건 중 충돌 종이 확인된 사례는 총 364건(약 12%)에 불과했다. 나머지 2667건(88%)은 종이 확인되지 않았다.
조류 충돌 ‘심각성’ 평가에도 문제가 있다. 평가서는 조류 충돌의 ‘심각성’ 기준을 기존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총 ‘충돌 건수’ 중 ‘피해 건수’로 정했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2021년 반려된 후 국토부가 진행했던 ‘보완 가능성 용역’을 보면 “개체의 신체적 크기, 집단으로 무리를 이루어 생활, 이동하는 종”을 피해 가능성이 조류 종으로 규정한다. 박찬식 도민회의 정책위원은 “조류가 비행기 몸체에 충돌하는지, 유리창에 충돌하는지, 엔진에 충돌하는지에 따라서 피해는 달라질 수 있는데, 지금까지 몸체에 부딪힌 종이니 ‘충돌 심각성’이 낮다고 평가한 셈”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평가서가 숨골의 ‘핵심가치’인 투수성을 과소평가했다고도 봤다.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를 보면 숨골은 대표적인 ‘투수성 지질’요소로 지하수자원보전지구 1등급 기준이다. 조례는 지하수오염 취약성이 매우 높은 지역을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
제주 제2공항 부지가 있는 동부 지역은 하천이 흐르지 않아 지하수가 특히 중요하다. 사람들이 지하수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숨골이 막혀 지하수 유입이 줄어들게 된다면 내려간 지하수 수위만큼 해수가 유입될 수 있다. 석희준 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환경연구센터 센터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숨골 지역을 개발하면 장기적으로 지하수위가 떨어지고, 해수 침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라며 “한 번 짠물이 들어가면 염분이 땅속에 스며 있어서 회복할 수 없고, 특히 제주의 경우 하천수가 없어서 대안이 없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제주 제2공항 부지 지하에 용암동굴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에 따르면 제2공항 후보지 일대는 ‘파호이호이 용암’ 지대다. 파호이호이 용암은 보통 2~3m 두께로 여러 차례 수평으로 흐르며 표면에 ‘클링커층’을 얇게 만든다. 클링커층이란 용암이 분출된 이후 굳는 과정에서 차가운 공기를 만나 급격히 냉각되며 파쇄된 형태의 층이 남는 것을 말한다.
평가서 지반조사를 보면 클링커층이 2~9m 두께로 있는 것으로 조사된 곳들이 있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두께가 5m가 넘고, 최대 9.6m에 달하는 ‘클링커층’은 파호이호이 용암 지대에서 생길 수 없는 구조”라며 “용암 동굴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용암동굴은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근거 중 하나다.
시민단체는 “국토부, 환경부, 제주도, 문화재청은 제주 제2공항 후보지 내 용암동굴 존재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민사회와의 공동 조사에 응하고, 환경부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거짓, 부실 의혹을 검토하기 위한 ‘거짓·부실 전문위원회를 소집하라”라고 주장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313064400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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