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성숙경제엔 이런 구조개혁을
이럴때 경제 체질 바꾸려면
삶의 질 개선 목표로 잡고
개인의 성취 기회 늘리고
미래세대 부담 최소화해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발표했다. 대외적 요인과 경기 위축의 영향이 크지만 이미 잠재성장률도 2% 초반대로 떨어진 상태다. 2000년대에도 연 5% 가까이 성장하던 한국은 어느덧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느리게 성장하는 나라가 됐다. 수년 전 한 경제학자는 장기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선진국이 되면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성숙경제에 도달하면 인구 증가나 경제성장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된다. 우리 경제도 이미 성숙경제에 들어섰다. 문제는 세계사에 유례없이 빠른 변화를 겪은 우리나라가 그에 맞는 대응을 해왔느냐는 것이다. 적어도 지난 10여 년 동안은 그러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경제성장의 단계에 따라 풀어야 할 과제도 달라진다. 고성장기에는 선진국을 따라잡으려 더 많이 투자하고, 더 많이 교육하며, 더 많이 수출하는 것이 지상 과제였다.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글로벌화와 고부가가치화, 첨단기술 개발이 목표가 됐다. 2010년대가 되자 복지의 확충, 불평등 완화, 환경오염 억제, 서비스 고도화 등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여러 문제와 함께 미·중 대결, 기후위기 대응 등 국제 정세 변화가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누적된 과제 중에서 확실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은 것은 없다.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하는 힘든 개혁이 필요한 문제들은 대개 회피해왔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좋은 정책은 다 망라한 '기본계획'들이 속속 나와도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는 이유다. 나아가 지난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닥칠 청구서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경제의 체질은 더 나빠지고 재정, 연금, 건강보험의 위기 시점은 앞당겨졌다.
현 정부는 적어도 책임성의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방향성을 잘 잡았다. 하지만 결과를 얻기에는 시간도 짧고, 글로벌 경제 상황도 최악이다. 그렇더라도 경제의 구조개혁을 더 이상 미루거나 회피할 수는 없다. 경기 침체가 아니어도 1%대 성장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곧 찾아올 것이다. KDI는 2050년이 되면 경제성장이 멈출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지금 추세로는 그조차 낙관적으로 보인다.
구조개혁의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 개혁인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다음의 세 가지 기준은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첫째, 구성원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성숙경제에서는 국가 주도의 고속 성장이나 대규모 고용 창출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삶의 질을 높이거나 최소한 유지하려면 민간 중심의 효율적 자원 배분이 되도록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둘째, 개인에게 자유로운 성취의 기회(Opportunity)를 부여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집단을 위해 개인의 선택과 행복 추구가 저해돼서는 안 된다. 동시에 개인의 노력으로 성취 가능한 여지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비용을 감당
할 수 있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이 조건은 앞의 두 가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추상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들에 이 조건들을 대입하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실마리가 보일 수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교육, 연금의 3대 개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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