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알박기 에너지 기관장들, 정부정책 공감 안하면 물러나야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산하 에너지 정책 관련 공공기관장의 85%가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폐기'를 선언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에너지 정책이 겉돌고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현 정부 에너지 정책 기조에 동의하지도 않으면서도 기관장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매일경제신문이 산업부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53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에너지 관련 기관 28곳 가운데 윤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은 4명(14%)에 불과했다. 문 정부가 임명한 24명 중에는 코드가 맞아 자리를 꿰찬 '낙하산 기관장'도 여럿 있다.
이는 전임 정권이 정권 말에 자행한 공공기관장 '알박기 인사' 탓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사퇴하는 게 상식이지만 대다수가 후안무치하게도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정부 정책을 견제하는 곳이 아닌 부처의 손발이 돼 움직여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렇게 국정 철학이 다른 기관장들이 버티고 있으니 '식물 기관'이 되고 에너지 정책은 속도를 못 내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부처 장관들에게 "탈원전과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입장을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치"하라고 지시한 것도 에너지 정책 지지부진에 대한 경고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공기업 인사의 거취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대통령(5년)과 공공기관장(3년) 임기가 달라서다. 대통령과 기관장의 임기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공공기관 운영법(공운법) 개정안이 총 5건 발의됐지만 6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헛바퀴를 돌고 있다. '임기 일치'에 대해서는 여야가 공감하지만 방송통신위원장과 국민권익위원장 등 임기제 정무직 기관장을 포함시킬지 등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 안건으로 등록됐지만 논의조차 못했는데 더 방치해선 안 된다. '알박기 방지법' 처리와는 별개로 현 정부 정책에 공감하지 못하는 문 정부 인사들은 서둘러 물러나야 한다. 무작정 버티는 것은 국정 훼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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