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G7을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1년을 넘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대만 등 동북아의 긴장, 지정학이 가중시킨 국제 경제 침체 등으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G7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시기라 윤 대통령의 참석이 시의 적절하다. 그 계기에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한인 원폭 피해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할 예정이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한·미·일 정상회의를 열게 된다. 두 행사 모두 우리 안보와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외교 행보다. 특히, 우리 대통령의 한인 위령비 참배는 전례가 없던 일로, 희생자 가족들을 포함한 재일동포 사회가 크게 환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G7에 처음 참석한 것은 지난 2008년 일본 도야코 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셰르파 역할을 맡아, 우리나라 최초의 G7 정상회의 참석을 준비하면서 긴장했던 기억이 새롭다. 15년이 지난 오늘 윤 대통령의 G7 참석을 보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G7 가입을 신중하게 고려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첫째, G7은 국제 경제를 운영하는 비공식 원로 국가 그룹이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시에 G20이 만들어졌고, 우리나라는 이를 통해 원로 국가의 역할을 하고 그에 상응한 대접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피츠버그 정상회의를 주최하면서 G20이 G7을 대체해 국제 경제 운영의 최우선 역할(premier forum)을 하게 됐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5년간 일어난 지정학적 변화, 즉 G20의 일부 회원국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G20의 역할이 퇴조하는 것을 봐왔다. 따라서 G7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G7 참여 역시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둘째, G7 가입은 우리 안보 증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미국의 여러 안보 보고서를 보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기존의 양자 동맹에 더해 다자 안보 협력을 구상하고, 그 기제로 쿼드(Quad), 오커스(AUKUS), 파이브아이즈 등을 주로 언급한다. 이 경우, 일본·호주는 포함이 되는데 우리는 설 곳이 없다. G7은 시장경제와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모임이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쿼드 등 3개 그룹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G7에 가입하는 것은 우리 안보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아직 시작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G7 가입을 위한 국제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미국의 여론을 가늠할 수 있는 싱크탱크에서 우리나라의 G7 초청 담론이 부쩍 자주 눈에 띈다. 헤리티지재단은 이를 지지하는 보고서를 지난 3월에 발간했고, 최근 필자와 대담한 다른 연구소의 비중 있는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들었다.
한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전후로 캐나다·독일 총리, 유럽연합의 집행위원장·상임의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윤 대통령과 회담을 한다. 이렇게 많은 G7 정상들이 집중적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그 이유는 독일 총리실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읽을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우리와 중요한 가치와 이해를 공유하는 국가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의 G7 참석을 계기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G7 가입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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