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항해를 멈추지 않는 이유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본사는 부산에 있다. 부산에서 생활하면서 '여기가 부산이구나'를 느낄 수 있는 모습 중 하나는 부산항을 드나드는 각종 화물선이다. 그 크기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데, 이런 큰 배들도 태풍이 불어오는 날에는 어쩔 수 없이 단단히 결박된 채 항구에 계류되곤 한다.
드넓은 바다와 부산항을 바라보며 낭만을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마음이 온통 어떻게 하면 배를 안전하게 매어 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의 세계 경제 상황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과 긴축정책은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사업구조가 빈약한 몇몇 은행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는 등 금융불안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빌려 주택담보대출을 공급하는 공사의 역할을 생각할 때 걱정이 앞섬은 숨길 수가 없다.
이런 시기에는 작은 경제 이슈에도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거래가 중단되기 일쑤여서 모든 나라의 자본시장이 어려움을 겪는다.
공사는 '커버드본드'라는 채권을 해외에서 발행해 주택담보대출의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2010년부터 14년째 발행을 이어오고 있는데, 작년에도 국내 최초 스위스프랑 커버드본드, 한국물 최대 소셜 채권 발행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정도로 생소하고 어려운 길이었다.
하지만 이 길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서다. 모든 나라의 경제가 어렵지만 어려움의 정도와 회복력은 달라서 다양한 통화와 만기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고, 더 많은 투자자 확보를 통해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어느 때라도 국민들에게 경쟁력 있는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주택금융공사는 태풍에 이는 파도를 잘 견디기 위해 더 크고 튼튼한 '주택금융공사호'를 만들고 있는데, ESG 채권(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을 발행하고, 발행 통화를 다변화하여 신규 투자자를 발굴하는 것이 그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공사는 한국물 대표 발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다음 목표는 아시아를 향해 있다.
공사는 첫 해외사업 기점으로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설치해 싱가포르와 대만에서 투자설명회를 열고 한국 경제의 견실함에 대해 설명하는 등 전략적 마케팅 활동을 통해 투자자들과의 신뢰 기반을 형성하였다. 그 결과 아시아의 신규 투자자가 크게 증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에는 해외 발행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뉴욕에도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는 주택금융공사호의 새로운 항해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태풍이 몰아칠 때 부산항에 단단히 매여 있는 선박들이 곧 있을 항해를 위해 준비하고 있듯이, 공사의 해외 사무소들도 주택금융공사호가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해줄 것이다.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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