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공연이 살아야 서울 매력도 살죠"
'홍대 수호신' 최나겸 이사장
인디밴드·마술·마임·국악 등
全 공연 장르 250여 팀 소속
코로나 기간 공연 끊기면서
구성원들 큰 고통 겪어
"버텨준 버스커들 고마워"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관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예술인 거리공연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재난이 닥치면 거리공연부터 막히더군요. 버스커들은 무력감에 빠졌고,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그래도 잘 버텨준 그들에게 고마울 뿐이죠."
최나겸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 이사장(42·사진)은 버스커(거리예술가)들의 지난 몇 년을 이렇게 회고했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청계천, 홍대를 중심으로 연간 1000회 이상 공연을 진행했고, 그 외 신촌과 고척 스카이돔에서도 다양한 협업 공연을 열었지만 팬데믹에 거리공연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클럽 공연은 안 돼도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에선 거리공연이 가능했지만 2020년 11월 방역당국이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삭막한 서울의 거리를 수놓던 꾼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최 이사장이 거리공연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게 된 것도 그맘때쯤이다. 2021년 5월 5일 청와대와 국회의사당을 비롯해 서울시청 앞에서 거리공연을 가능하게 해줄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홍대 라이브클럽 등을 대관해 무대를 만들기도 했다. 그가 책임지고 있는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엔 국내 최대 규모인 총 250여 팀의 아티스트가 소속돼 있다. 인디밴드, 마술, 마임, 국악, 기악, 퍼포먼스 등 거리공연이 가능한 거의 모든 장르가 포함돼 있다.
최 이사장은 공연 기회를 못 잡는 아티스트들을 위해 사무실에서 녹음을 하고 음원 동영상을 유튜브에 꾸준히 올렸다. 실외에서 진행하는 공연은 감염 위험이 낮으니 방역수칙을 지키는 선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러 다니기도 하고, 공연 장면을 촬영해 온라인으로 송출하며 시청자를 모으려고 노력했다. 최 이사장은 "안 하던 분야를 하다 보니 작업 중 음향 소스가 날아가는 일을 겪는 등 고생도 많이 했다"고 술회했다.
최 이사장 본인 역시 무대에 서는 '나겸밴드'의 보컬로 거리아티스트다. 음악을 처음 접한 건 부산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들어간 통기타 동아리를 통해서다. 최 이사장은 "원 없이 신나게 캠퍼스에서 노래 부르고 밴드 활동을 했다"며 "2006년 2월에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음악을 잊을 수가 없어 상경했다"고 말했다. 2008년 11월 3일. 날짜도 잊어버릴 수 없는 그날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방 하나를 잡아 버스커로서 삶을 시작했다. 지금은 슈퍼스타가 된 요조, 10㎝ 등이 홍대에서 활동하던 시절이다.
그러다 2009년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오디션에 합격하며 '서울거리아티스트'가 됐다. 2012년 재단의 사업이 종료되면서 활동은 끝이 났지만, 최 이사장은 재단의 제안을 수용해 2013년 7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조합은 공연 수익을 최대한 아티스트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1년에 한 차례 버스킹 오디션을 진행해 합격자에게 거리아티스트 자격을 부여한다.
버스킹이 풀리면서 홍대 앞은 다시 예전처럼 흥겨운 무대로 돌아오고 있다. 최 이사장은 "버스킹은 무명의 아티스트에겐 내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고, 시민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기회를 준다"며 "다양한 음악의 공존을 위해서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도 버스킹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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