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측 “방어권 걸레 됐다”…검찰 공소장 변경에 반대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공범으로 추가
표현 짚은 재판부…공소장 변경 가닥
“재판 효율과 수사 편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은 ‘걸레’가 되고 있습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1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는 ‘대장동 일당’이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에 대해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17일 뇌물·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의 재판을 열고 검찰의 공소장 변경 요청을 받아들일지 논의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 이들 5명에 대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터다. ‘최소 651억원’이던 배임 혐의 액수를 4895억원으로 변경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그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공범으로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기일에 “검찰이 변경한 공소장은 재판부에서 1년 이상 심리해왔던 업무상 배임의 기본 구조가 완전히 바뀌는 내용”이라며 조심스러워했던 재판부는 이날 공소장 변경을 허가할 뜻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변경된 공소장 중 “단어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짚은 뒤 “이런 부분들이 정리되면 곧바로 허가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라며 “전체적으로는 허가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김만배씨 측 변호인은 즉각 반발했다. 변호인은 “변경된 공소장을 보면 범죄 구성요건이 아닌 배경사실이 10여 쪽이나 포함돼 있다”며 “방대한 배경사실이 공소사실에 포함된다면 피고인이 방어해야 할 범위도 대폭 확대되고, 범죄 구성요건도 아닌 사실을 다투게 돼서 심리가 지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 측 다른 변호인도 “지금까지 피고인은 1년6개월 동안 수사와 재판을 받아왔는데 아무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에 협조적이었던 남 변호사 측 변호인도 완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공판이 진행되면서 수사가 진행되고 (검찰 측 기소) 논리가 바뀌는 걸 피고인 관점에서 경험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적극적으로 ‘우리 입장이 이렇습니다’라고 불안해서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재판 효율과 수사 편의를 추구하면서 피고인의 방어권이 ‘걸레’가 되고 있다”면서 “실체적 진실도 중요하지만 피고인의 인권과 방어권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고 했다.
재판부는 “그동안 ‘집중 심리’나 ‘효율적인 진행’ 같은 표현만 써 왔지만,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실하게, 실질적으로 보장이 되어야 한다는 건 형사재판의 대전제”라며 이들을 달래기도 했다.
검찰 “쪼개기 기소? 새 사실 밝혀졌는데 추가 기소 안하냐”
재판부는 이날 대장동 일당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검찰에 공소사실 재검토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심판 대상이 명확하게 특정된 것인지 불분명하고, 다른 재판부의 공소사실과 연결된 부분들이 있어 어느 부분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인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법정에선 피고인과 검찰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재판 진행 중 공소사실을 바꾸고, 한꺼번에 기소할 수 있었는데도 순차적으로 기소하고, 동일한 사실관계에 법조를 따로 적용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이에 호승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 부부장검사는 “범죄는 갈수록 고도화·교묘화된다”며 “추가 수사 이후 다른 사실이 밝혀졌는데 공소장 변경이라 해서 추가 기소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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