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나와도 편성 미정, 재고 쌓인 K콘텐츠 [Oh!쎈 초점]
[OSEN=연휘선 기자] 최근 '낭만닥터 김사부3'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한석규도 빛을 못 보고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후배 연기자 정유미와 호흡한 JTBC 드라마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다. 전 세계가 K콘텐츠에 관심을 쏟고있다는 이 때 내로라하는 톱스타들도 편성이 불확실한 모순은 어째서 발생한 것일까.
# 회복 탄력성 잃어버린 작품·출연자 리스크
작품들이 편성을 받지 못하는 가장 단편적인 이유는 갑작스럽게 불거진 각종 리스크 때문이다.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의 경우 중국 원작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했다. 중국판 소설이 원작인데, 원작 작가의 홍콩 민주화 시위 반대 등이 논란을 빚었다. 여기에 국내 시청자들 사이 반중 정서가 대두되며 갈 길을 잃었다.
작품 외에 출연자 리스크로 공개가 연기되는 일도 허다하다. 배우들의 학교폭력 혹은 음주운전, 마약 등의 혐의가 제기될 때마다 잘해야 통편집이나 재촬영이고 종국엔 공개 연기, 편성 불발 수순을 밟아왔기 때문.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였던 심은우 주연의 '날아올라라 나비'는 물론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곽도원이 출연한 '빌런즈'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심은우가 학교폭력 의혹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영화 '세이레'로 복귀했음에도 '날아올라라 나비' 공개 일정은 여전히 미정이다.
SNS를 통한 정보 재생산과 손쉬운 검색과 추적이 가능해진 시대. 더 이상 스타나 제작진의 사과는 쉽게 통하지 않는다. 잊을만 하면 거론되는 과오들이 대중의 반감과 혐오를 부추기고 동시에 작품이나 배우나 재기 불능의 상태를 반복하게 만든다. 애정과 지지를 보내는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대중이 한층 엄격해졌고, 인권 감수성이 예민해지며 보다 높은 도덕적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 젊은 팬들을 확보했고, 한층 트렌디한 감각을 보유했던 스타일수록 예전엔 통했을지라도 지금은 통하지 않는 용서과 사과의 굴레에 갇혔다. 완전무결한 법적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회생이란 불가능한 실정. 스타들도 제작진도 한층 더 엄중한 자기관리가 요구된다.
# 편성 '미정' 전략 세우다 버스 떠나는 중
계약상 허점도 존재한다. 드라마, 영화 등이 제작되고 공개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건 단연코 제작비를 둘러싼 계약이다. 제작사 자력으로 제작비를 댄 뒤 편성 후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 가장 깔끔하겠지만 회당 10억대는 예삿일로 보일 만큼 제작비 규모는 점점 치솟는 중이다. 더 이상 자력으로 이를 감당할 제작사는 사실상 한국 안에 존재하지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규모가 큰 작품일 수록 제작사는 투자자, 편성 권한을 쥔 플랫폼에게 손을 벌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편성 시점은 정해지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 종합 제작사 관계자는 OSEN에 "작품 계약을 할 때 투자 시점부터 일정 기간 안에 제작에 돌입해야 한다는 내용은 보통 계약서에 명시된다. 투자만 받고 제대로 제작하지 않는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거다. 그런데 촬영을 마친 후 언제까지 편성해야 한다는 계약 내용은 대체로 없다. 완성된 작품 혹은 제작에 돌입할 작품의 배급이나 편성 권한을 영화는 배급사 드라마는 방송사나 OTT 플랫폼 등에 팔게되는데 그 시점이나 권한을 전적으로 배급사나 플랫폼사들이 가져가는 구조다. 영화나 드라마나 경쟁작들과의 편성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편성전략을 위해서라고는 하나, 코로나19로 인해 극장가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영화의 경우 찍어놓고 수년을 빛을 보지 못하는 작품들이 비일비재해졌다"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기자간담회, 제작발표회 등에서 출연 배우들이 "몇 년 전 촬영한 작품"이라며 기억을 더듬으며 장면들에 대해 설명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다만 배급사와 플랫폼사들도 앓는 소리를 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배급과 편성 권한을 가져오며 제작비를 지급하게 된다. 러닝 개런티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지금같은 극장가 침체기와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상황에 조금이라도 작품이 빛을 볼 수 있도록 편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게 맞지 않겠나. 제작비를 지급한 만큼 금전적 손해와 리스크는 배급사와 플랫폼이 가져가고 있어 편성 시기가 명시되지 않는다 해서 불합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쌓아둔 작품들이 적자 재고처럼 쌓여가고 있어 안타까운 것은 마찬가지 심정"이라고 전했다.
# 넷플릭스 쏠림 현상 심화...대안도 있어야
한해 평균 한국 드라마 제작 편수는 80여편 지난해에는 영화를 포함해 120편이 넘는 작품이 촬영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갈수록 드라마 방송 슬롯은 줄고, OTT 플랫폼 또한 상시 오리지널을 편성하는 데에 한계가 뒷따르고 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원래도 편성 여부가 출연을 확정하는 데에 중요했는데 이제는 더 중요해졌다. 아티스트부터 편성사가 정해졌는지, 어디인지를 전보다 강력하게 따지고 있다. 대본만 본다고 다 되는 게 아닌 시대라는 걸 배우들이 누구보다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은 이 같은 상황을 더욱 냉담하게 지켜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제작비만 댈 수 있다고 끝나는 게 아닌, 작품이 돌고 흥행작이 나와야 콘텐츠 시장의 자본이 계속 돌 수 있는 법. 편성 창구가 좁아지며 흥행작의 활로도 바늘구멍처럼 좁아진 것이기 때문. 콘텐트리 중앙, 스튜디오 드래곤과 같은 업계 공룡들의 성장 둔화가 계속해서 우려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결국 OTT 플랫폼 업계 1위인 넷플릭스 배만 불리는 꼴이 반복되는 걸까. 이제는 많은 제작비로 찍기만 한다고 다가 아니다. 잘 만든 작품도 제대로 틀 곳을 찾아 대중 앞에 서야 한다. 상대적으로 제작에 쏠려 있던 한국의 콘텐츠 업계의 관심이 편성 창구를 마련하는 데에도 나눠져야 할 때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DB,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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