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의료데이터 제공되나 "보험취약계층 보장 확대" vs "상업적 이용"

황예림 기자 2023. 5. 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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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DB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의 공공의료데이터 제공 가이드라인에 대해 처음으로 논의하는 자리에서 보험업계가 "보험취약계층을 위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며 데이터 활용의 공익성을 강조했다. 의료업계는 "건보의 데이터가 민간 보험사로 넘어가면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건보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건보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건보자료 제공 가이드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손해보험협회·보험연구원·한화생명 등 보험업계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국립중앙의료원 등 의료업계 △한국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등 전문가단체가 참석했다.

토론회에서 보험업계는 건보가 보유한 공공의료데이터가 보험사에 제공되면 고령자·유병력자 등 보험취약계층의 보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정보 유출·재식별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병준 한화생명 COE부문 데이터랩 과장은 "그간 유병력자에 대한 통계가 부족해서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하면 고령자·유병력자 같은 보험취약계층을 위한 상품을 개발하고 보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과장은 "보험사의 연구는 질병의 악화를 방지하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화생명은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공익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과거엔 보험사가 수술비를 보장하는 등 제한적인 역할을 했지만 공공의료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되면 앞으로는 다양한 보장 모델이 개발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정교한 보험 상품의 수요도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의 유출·재식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보험사는 건보로부터 직접 제공받는 게 아니"라며 "사전에 허가받은 연구자가 건보의 감독하에 최소한의 통곗값만 반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정보의 유출·재식별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했다.

23일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공단본부 주변. 2021.7.23/뉴스1


반면 의료업계는 보험사가 막대한 규모의 건보 데이터를 확보해 상업적으로 활용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건보 데이터엔 금융정보 등 민감한 정보가 많아 제공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민 의협 보험이사는 "보험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인데 건보의 데이터로 공익성을 확보한다는 게 이율배반적인 이야기"라며 "결국 건보의 데이터를 가지고 입에 맞는 상품을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이사는 "가명성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건보 데이터엔 금융정보도 다 들어가 있다"며 "보험사가 한 개인을 특정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책통계지원센터장은 "보험사가 그간 건보에 자료를 요청하면서 내세웠던 논리는 위험률이 낮은 가입자에게 보험료 할인이라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저위험군에 대한 보험료 할인은 다른 한편으로는 위험률이 높은 가입자를 배제하거나 차등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조치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건강 불평등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공익에 반하고 건보 데이터가 생성되는 데 기여한 환자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건보는 환자의 정보와 인권을 보호할 사실상 유일한 주체인 만큼 공익적 연구를 적극적으로 선별하고 촉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앞서 건보는 보험사의 공공의료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각계 의견을 모아 지난해 11월 중재안을 마련했다. 이후 보험업계로부터 중재안 관련 의견을 듣고 해당 방안을 반대했던 의료업계·시민단체·건보노동조합 등의 입장도 순차적으로 청취했다. 보험사가 건보로부터 제안받았던 중재안은 △특정 집단 가입 배제 등 국민 불이익 주는 활용 금지 △데이터 왜곡 방지를 위한 건보공단·학계의 공동 연구 참여 △부적절한 데이터 활용 방지를 위해 연구 결과 활용 시 건보 동의 필요 등 3가지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시작할 예정이었던 토론회는 건보 노조의 항의로 30분 이상 미뤄졌다. 건보 노조는 토론회 장소에 항의 피켓을 들고 나타나 토론회를 멈추고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민간 보험사의 최대 목적은 건보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건보의 데이터를 식별하지 않고 유출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나중엔 점점 더 많은 걸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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