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일하러 올게요”···농촌 인력난 ‘공공 계절근로자’가 채운다[현장에서]
결혼이민자 초청 방식으로 이탈자 없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쁜 영농철에 외국인 계절 노동자들이 찾아와 일손을 덜어주니 고맙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전북 임실군 지사면의 한 밭에선 외국인 계절 노동자 3명이 비닐을 깔고, 고추 모종을 심느라 바쁜 손놀림을 이어가고 있었다. 1983㎡(600평) 규모의 밭에서 각종 농작업을 거침없이 이어가던 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임실지역에 온 베트남 국적의 노동자들이다.
이들을 지켜보던 밭 주인 김강식씨(73)는 “감사하다”라는 말을 연발했다. 김씨는 “지난해 함께 일했던 친구들이라 모종 작업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다”며 “성실하게 일해줘 든든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손을 구하지 못해 나 홀로 농사를 지어야 할 절박한 상황이었는데 임실군에서 ‘공공형 외국인 계절 근로’ 사업을 추진해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공형 외국인 계절 근로는 자치단체에서 선정한 지역농협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하루 단위로 농가에 인력을 파견하는 사업이다. 농가가 5개월 가량 외국인 노동자를 연속 고용했던 일반 ‘계절 근로제’와 달리 농협이 계약·운용·파견을 모두 담당하기 때문에 농민들의 고용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농가에서 부담해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하루 인건비는 시세보다 저렴한 10만원 선이다. 이 사업은 정부·지방자치단체·농협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정부는 예산 지원과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지자체는 외국인 노동자 송출국과 업무협약을 맺고 입국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고, 농협은 인력 운용 및 파견·교육 등을 담당한다.
임실군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공공형 외국인 계절 근로 사업을 시범 운영했다. 결혼이민자 가족 등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베트남 국적의 계절 노동자 30명을 도입해 944개 농가에 파견해 일손을 도왔다.
이탈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는 등 성공적인 사업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임실군은 올해 외국인 계절 노동자 도입 인원을 32명으로 늘렸다. 이 가운데 9명은 지난해 실시된 ‘공공형 외국인 계절 근로 사업’에 참여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2년째 공공형 계절 근로사업에 참여 중인 베트남 국적의 후인꾸옥닷(33)은 “한국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지난해 배웠던 한국어가 도움이 돼 수월하게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 또 일하러 올게요”라고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 사업에 처음으로 참여한 브엉탄하이(42)는 “말이 잘 통하지 않고 낯설고 힘든 것 같다”며 “그래도 열심히 일한 후 고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임실군은 외국인 노동자와 농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사도 지원해 주고 있다. 전북도는 ‘공공형 외국인 계절 근로 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할 예정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현재 무주·임실·진안·장수 등 전북도 내 4개 시·군에서 ‘공공형 외국인 계절 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라며 “현재 5개월인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 기간을 최대 7~8개월까지 연장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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