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유류분, 3번째 헌법 심판대…"불효자 양성법" vs "갈등 완충장치"

신귀혜 기자 2023. 5. 1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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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법정 상속인들의 최소 상속금액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의 위헌 여부를 두고 청구인 측과 법무부 측이 공방을 벌였다.

17일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A씨 등 3명과 B 장학재단이 유류분 제도를 규정한 민법 제1112조 등에 대해 낸 위헌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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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특정인의 상속분 독차지 막기 위해 도입
대리인 측 "전근대적·재산권 소급 제한"
"교류 없는데 반환청구…불효자 양성법"
법무부 측 "가족간 갈등 완화하는 수단"
"유류분, 상속인 보호 위한 최후의 수단"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을 위해 입정하고 있다. 2023.05.1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고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법정 상속인들의 최소 상속금액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의 위헌 여부를 두고 청구인 측과 법무부 측이 공방을 벌였다.

17일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A씨 등 3명과 B 장학재단이 유류분 제도를 규정한 민법 제1112조 등에 대해 낸 위헌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유류분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으로, 특정인이 상속분을 독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77년 도입됐다. 망인의 자녀와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1,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1씩 각 보장받는다.

망인의 증여로 인해 유류분 권리자들의 상속재산이 유류분보다 적어졌다면 부족분의 한도 내에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사건 청구인 A씨는 배우자의 부모 C씨의 생전에 부동산을 증여받았다. 2017년 C씨가 사망한 이듬해 C씨의 딸들이 A씨와 그 아들들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냈고, A씨는 헌재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또다른 청구인인 B 장학재단은 D씨가 생전에 공익 목적으로 설립한 재단으로, D씨는 2019년 자신의 재산을 B 장학재단에 유증한 뒤 사망했다. 이듬해 D씨의 자녀들이 유류분 소송을 내자 B 장학재단은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들은 시대가 변화하면서 본래 도입 목적이었던 '남녀평등 실현'의 정당성은 거의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유류분 비율이 일률적이고, 유류분 상실 사유를 따로 두지 않은 점 등도 문제삼았다.

이날 변론에서 청구인 대리인들은 "유족의 생존권 보호 등 전근대적인 공익을 위해 피상속인의 재산권 행사를 소급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유류분 제도가 '사후 재산 분배'라는 상속제도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전혀 교류가 없었음에도 유류분 소송을 내는 사례들이 있어 '불효자 양성법'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유류분 제도가 도리어 가족의 연대를 해치고 있다"고 했다. 공익 목적 등 특수한 증여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법무부 측 대리인은 "망인의 재산 처분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일부를 공평하게 분배해 갈등을 완화하는 완충장치"라며 "유류분 제도가 없다면 상속을 둘러싼 갈등이 극단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맞섰다.

아울러 "망인이 상속재산을 무제한으로 처분했거나 상속인의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는 경우를 보호할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민법은 유류분과 기여분 사이 연동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기여상속인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측 참고인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류분과 기여분의 단절에서 오는 불합리한 결과는 기여분 제도의 문제"라며 "제도 자체의 위헌성을 따지기보다는 해석 등 측면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헌재는 2010년, 2013년에도 유류분 제도의 위헌성을 따져본 바 있다. 헌재는 두 번 모두 제도의 목적이 정당하다고 보고 합헌 결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im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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