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탈퇴하면 해고까지...공공기관 37%가 불법단협
공무원, 초·중·고 교사 및 교수, 공기업 등 공공기관 노조 3곳 중 1곳 이상의 단체협약·노조 규약에 불법·무효 요소가 포함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공무원, 교원,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 노조의 단체협약 및 규약에 대해 실태 확인을 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올해 3월부터 단체협약이 있는 공무원 노조 164개, 교원 노조 42개, 공기업·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 노조 272개를 조사한 결과다. 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에도 공공부문 노조의 단체협약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479개 노조 중 179개(37.4%)의 단체협약 및 규약에서 불법이거나 무효로 판단되는 내용이 발견됐다. 공무원 노조들은 승진심사위원회 위원을 정할 때 노조와 합의하도록 하고, 위원회의 30% 이상을 노조 추천으로 채우게 했다. 노조 간부에 대한 인사도 노조와 합의하도록 했다. 사측의 인사권에 사실상 노조가 개입한 것이다. 법에 정해진 절차를 지키지 않고도 파업을 할 수 있게 한 공공기관도 있었다. 한 공공기관은 노조 가입 대상인 직원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하면 해고하도록 했다.
공무원·교원 노조들에선 법이나 조례·규칙에서 정해야 할 내용을 단체협약으로 정한 것이 다수 적발됐다. 공무원·교원 노조는 민간 노조와 달리 법이나 조례, 예산이 규정하는 내용을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없다. 휴가 등이 대표적이다. 법이나 조례, 예산 등은 국회나 지방자치단체의 의회 등이 정하는데, 이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한 공무원 노조는 노조 활동 과정에서 질병·사고가 생겼다면 공무상 재해로 간주하도록 단체협약을 맺었다. 공무원 재해보상법이 규정한 공무상 재해의 범위를 뛰어넘은 것이다. 조례로 정해야 하는 지방공무원의 특별휴가를 단체협약으로 정한 경우도 있었다. 또, 공무원 노조들은 수련회 등 노조 행사나 상급 노조 회의 참가 등의 노조 활동을 근무시 간 중에 할 수 있도록 단체협약에 규정했다. 대통령령인 공무원 복무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공가(公暇)’에는 없는 내용으로, 법적으로 무효에 해당한다.
불법은 아니지만 불합리한 내용도 다수 적발됐다. 고의 파괴나 방화가 아닌 경우 노조 활동에 대해선 모든 민·형사 책임을 노조나 조합원에 묻지 못하게 했다. 금고 이상 형사처벌이 확정되면 퇴직이나 해고가 원칙이지만, 노조 간부의 경우엔 예외로 했다. 한 교원 노조는 단체협약으로 노조원들이 학부모 대상으로 노조 선전문을 배포하는 등 노조 홍보활동을 할 수 있게 보장했다. 한 국립대 노조는 노조 운영비, 포럼비, 워크숍·체육문화활동비 등으로 연간 수천만 원의 지원을 받았는데, 모두 정부 세금이었다. 노조에서 채용을 거부하면 사측이 이를 수용해야 하는 교원 노조도 있었고, 노조 임원의 노조 활동에 대한 징계에 대해선 노조와 합의하도록 하는 공공기관도 있었다.
고용부는 개인정보 문제를 이유로 해당 노조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노조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공공부문에서 노사 간의 담합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그 비용이 고스란히 국민과 미래세대인 청년들에게 전가된다”며 “불법인 단체협약 및 규약에 대해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시정 명령을 하고, 불응하면 형사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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