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양성법" vs "상속분쟁 억제"…유류분 위헌 공방(종합)
민법 유류분 조항 헌법소원…헌재, 공개변론 토대 최종 판단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유류분권자들이 마치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재산을 요구해 분쟁을 유발한다. 유류분 제도는 불효자양성법이다."(청구인측 대리인)
"상속재산 배분이 균등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 상속인 사이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유류분 제도는 상속재산 분쟁을 격화시키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다."(법무부장관 측 대리인)
고인의 뜻과 관계없이 법정 상속인들의 최소 상속분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가 위헌인지를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헌재는 17일 대심판정에서 이모씨 등 5명이 "민법 1112~1116조, 1118조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유언에 의한 재산 처분의 자유를 제한해 상속인에게 일정 재산을 확보해 주는 제도다. 특정인에게 상속재산이 집중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인데 민법에서는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 상속액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날 청구인 측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가 상속권보다 우선한다"며 "유류분 제도는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배우자뿐 아니라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까지 획일적·일률적으로 유류분 비율을 정하고 있어 매우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상속인과 상속인 사이 유대관계가 단절된 경우 과연 상속재산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그런 기대를 보장하는 게 오히려 법감정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청구인 측은 또 "가족간 유류분 청구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유류분 제도는 가족 연대에서 출발했지만 역설적으로 가족 연대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장관 측은 "유류분 제도를 사회 현실에 맞게 수정할 필요는 있지만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를 원천 박탈하지 않고 유족의 생존권 보호에도 기여한다"고 맞섰다.
법무부 측은 "유류분 제도는 상속재산 형성에서 가족의 공헌을 인정하고 생계능력없는 가족의 보호 필요성을 인정하는, 유언의 자유와 친족 상속권의 타협 결과"라며 "유류분 제도는 남아있는 유족들에게 여전히 필요성이 인정되는 제도"라고 반박했다.
이어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이 크게 증가한 것은 과거와 달리 유언으로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비율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유류분만큼을 받아가게 함으로써 상속인간 갈등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류분제도의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만, 현행 제도는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교수는 "피상속인과 공동상속인들이 서로 대화해 유류분반환청구권을 상속개시 전 포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가족 간의 연대를 달성할 수 있다"며 "현행 유류분제도는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사전포기를 절대적으로 금지함으로써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또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에서 기여상속인의 정당한 기여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유류분을 산정하는 것은 기여상속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 측 참고인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 당시의 취지가 약해지거나 퇴색됐더라도, 개정의 필요성이 바로 그 조항의 위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독일과 프랑스, 일본 등은 유류분제도 자체를 인정하고 있다"며 "유류분에 관한 외국의 입법태도가 곧바로 우리 현행법이 위헌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모씨는 사망한 아들의 배우자와 두 자녀, 즉 며느리와 손자들에게 자신의 부동산을 증여했다. 유씨가 2017년 사망하자 유씨 딸들은 이듬해 유씨 며느리와 손자들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냈다. 며느리와 손자들은 2심 재판 중인 2020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김모씨는 공익 목적의 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자신의 재산을 장학재단에 유증하고 2019년 사망했다. 김씨의 자녀들은 이듬해 장학재단 등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냈고 장학재단은 2021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날 논의 내용을 토대로 유류분을 정한 민법조항이 위헌인지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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