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15-① 그림 같은 산 미겔 데 아옌데 '아르칸젤 교회'

경기일보 2023. 5. 1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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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상징 기둥 선인장 ‘칵투스’. 박태수 수필가 제공

 

어제 둘러본 광산 도시 과나후아토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지만, 오늘은 카이로스의 시간을 찾아 동화 속 중세마을 산 미겔 데 아옌데로 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에서 프리메라 플러스 버스를 탄다. 차에 오르려 하자, 승무원이 승객에게 초콜릿 샌드와 소프트 쿠키에 곁들여 물 한 병을 나눠준다.

버스가 과나후아토 시가지를 벗어나자, 산등성이 들판에는 멕시코의 상징인 기둥 선인장 ‘칵투스’가 이방인을 반긴다. 서부영화에서 본 광활한 멕시코 풍광이 눈앞에 펼친다. 이색적이고 목가적인 자연경관은 끝없이 이어지고, 시골길 같은 한적한 산길을 1시간 반 정도 달려 터미널에 도착한다.

산 미겔 데 아옌데는 기후가 서늘한 고지에 1542년 건설됐고, 에스파냐 문화와 메소아메리카 인디오 문화가 조화를 이룬 도시이다. 구시가지에는 바둑판처럼 생긴 자갈길에 콜로니얼시대 상흔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안뜰 정원이 있는 중세 건물은 당시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으며, 한 폭의 그림 같은 교회와 잘 가꿔진 공원의 매력에 푹 빠진다. 그뿐만 아니라 재능 있는 공예가와 장인의 공방을 보노라면 창작품이 여행객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빛으로 빚어낸 화려한 색채의 변화를 감상하노라면 그들의 영감과 혼을 느낀다.

구시가지는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주요 관광 명소는 대부분 역사 지구에 있다. 수 세기에 걸쳐 지은 바로크· 네오클래식· 네오고딕 양식이 융합된 건축물이 즐비한 이곳은 중세 콜로니얼시대로 여행하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곳은 기후가 온화하고 물가가 저렴하여 미국이나 캐나다 은퇴자가 롱 스테이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레스토랑이나 공원에서 쉽게 그들을 만난다. 산 미겔 데 아옌데의 상징은 엘 하르딘 공원 앞에 있는 산 미겔 대천사 아르칸젤 교회다.

터미널에 도착해 택시 타고 구시가지로 가려 했으나 가격 흥정이 되지 않아 낡은 시내버스를 탄다. 배낭여행을 할 때 가끔 택시 요금이 부담되거나 현지인에게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으로 버스를 타는 것도 좋다. 물론 택시보다 다소 시간은 더 걸리지만, 현지인들의 속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미 출근 시간이 지나 버스 안은 붐비지 않는다. 마치 우리나라 70년대 초반 시내버스처럼 덜컹거리고, 어딘가 부딪쳐 삐걱거리는 불협화음은 왠지 낯설지 않으며, 오히려 추억의 소리처럼 정겹게 들린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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