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관광객 3000만명 시대 맞으려면 공유숙박 규제 풀어야"

이상은/최해련 2023. 5. 1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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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등장한 에어비앤비는 시대상의 반영이었다.

에어비앤비는 한류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는 한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진짜(authentic) 경험을 깊게 제공할 수 있다.

반면 에어비앤비는 중심지가 아닌 곳에서 진짜 현지의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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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인터뷰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한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최고전략책임자(CSO)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에어비앤비 CSO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적정 수준의 규제"를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등장한 에어비앤비는 시대상의 반영이었다. 2007년 조 가비아와 브라이언 체스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던 집의 집세가 1000달러에서 1150달러로 갑자기 오르자 돈을 마련할 궁리를 하다가 자기 집에 캠핑 때 쓰는 80달러짜리 에어베드를 설치해서 얼마간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들은 이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시키기로 했고, 12살에 프로그래밍을 독학하는 등 '천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소문난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를 끌어들였다. 2008년, 에어비앤비의 등장은 '공유경제'의 본격적인 붐을 불러일으켰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블레차르지크는 현재 에어비앤비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고 있다.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K-팝 스타'의 방으로 꾸미는 프로젝트를 발표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한국경제신문이 인터뷰했다.

블레차르지크 CSO는 "K-컬처(한국문화)가 '불처럼' 퍼져나가고 있다"며 "지난 1년 동안 개인실 예약 증가율이 전 세계에서 최고를 기록한 곳이 '서울 마포구'로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미팅을 갖고 한국 관광산업 확대를 위해 에어비앤비가 파트너로서 역할을 키우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출장 경험이 많이 있나.
 "2013년 한국 지사를 처음 설립할 때 방문했고 그 후로도 몇 차례 더 찾았는데, 팬데믹 기간 동안엔 못 왔다. 다섯 번째 출장인 것 같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이번에 우리가 '한옥'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다. 서울-한옥 카테고리에서 찾은 종로구 운니동(북촌) 한옥에서 머물고 있다. 주방이나 욕실은 쾌적하게 리모델링 돼 있지만, 나무 기둥으로 된 방이 독특한 집이다."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 배경이 궁금하다.
 "한국에 '모멘텀'이 있어서다. 수치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팬데믹 이후 아시아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시장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 1년 동안 개인실 예약률 증가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서울 마포였다.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이 잘 찾지 못했던 곳인데 K-팝 등의 영향으로 인기가 갑자기 치솟으면서 한국과 서울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단기적인 걸로 보이지 않는다. 상당히 장기적인 트렌드이고 우리는 그 점에 상당히 고무되어 있다. 

에어비앤비는 한류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220개국에서 400만명에 달하는 호스트를 확보하고 있다. 누적 방문객 수는 14억명에 이른다. 이렇게 큰 고객군(오디언스)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는 한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진짜(authentic) 경험을 깊게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은 중심지(hot spot)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반면 에어비앤비는 중심지가 아닌 곳에서 진짜 현지의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우리 게스트들은 그런 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에어비앤비를 많이 활용한다면 관광객이 특정 관광지에 쏠리지 않고 분산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에어비앤비 CSO가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서울에서의 하룻밤' 프로젝트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한국에서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숙박은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다. 일부 호스트가 법을 어기고 영업한다는 문제도 있다. 반면 규제 자체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다. 예컨대 내국인에게는 도시지역에서 민박을 할 수 없다는 법률(관광진흥법) 등이다. 오 시장과 규제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한국에서는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하는 것이 조금 힘들다. 각국의 규제를 비교해 봤을 때, 사실 흔하지 않은 규제가 한국에 많이 있다. 규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균형이 필요하다. 일반 사람들로서는 규제를 다 지키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균형 있는 규제 수준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너무 규제가 많으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서울시의 해외 관광객 수는 1750만명 정도(2019년 기준)였는데, 2027년까지 30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숙박 시설이 많이 필요하다. 호텔을 짓는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공유숙박이 늘어나야 하는 이유다. 오 시장도 관광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옥에 대한 규제가 많기 때문에 한옥 건축 규제를 간소화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에어비앤비 숙소 확대에 이런 부분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공유숙박 규제가 완화되면 한국 내 여러 스타트업들이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비앤비의 경쟁자도 늘어날 수 있겠다.
 "에어비앤비가 독특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리는 글로벌한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한국으로 많이 유입되도록 할 수 있다. 또 우리의 프로덕트에서 개선될 수 있고 개선된 점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호스트의 프로필을 보다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고, 사생활 보호와 관련해 문을 안에서 잠그는지 밖에서 잠그는지, 화장실이 개인실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등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기재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서 고객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이 들어오는 것은 환영한다. 홈 셰어링이라는 분야를 같이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은 파이를 쪼개는(slice-up) 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에어비앤비는 원래 없던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이런 식으로 파이를 성장시킬 수 있다. 점유율을 두고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기회를 같이 누리며 성장할 수 있다. 또 그 과실은 각 공유숙박 업체 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 호스트, 게스트가 모두 누리게 된다. 모두를 위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규제 개혁을 잘 하면 이 모두를 실현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불황기에 성장했다. 지금도 경기가 좋지 않은데, 이런 상황이 에어비앤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부수입을 얻으려는 호스트가 늘어난다. 실제로 지난해 호스트 수는 상당히 증가했다. 또 이런 시기에는 게스트들이 좀 더 가격에 민감해진다. 에어비앤비에는 100만개의 방이 있는데, 그 중 80%가 100달러 이하다. 평균은 67달러다. 이 정도의 가격은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렵다. 저렴한 숙소를 찾는 이들이 에어비앤비를 선택할 수 있고, 거기에 추가로 독특한 경험까지 할 수 있게 되니까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에어비앤비 CSO는 부킹닷컴 등 OTA 업계와의 경쟁보다는 '홈 셰어링'이라는 핵심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부킹닷컴과 같은 호텔 등 예약 사이트에서 볼 수 있었던 물건이 점점 더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등록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에어비앤비의 전략을 바꾸는 점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OTA 서비스라고 하는데, 우리는 홈 셰어링이라는 핵심 가치에 100% 집중할 계획이다. 우리는 15년 전에 홈 셰어링이라는 영역을 개척했고 그것은 여전히 우리가 집중하는 부분(core focus)이다. 물론 여러 호스트들이 우리 플랫폼으로 들어온다면 고객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지는 점은 좋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경쟁자들이 어떻게 하는지 살피기보다는 우리의 본질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이상은/최해련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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