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금남로 오월시민난장…주먹밥 든 시민들 "대동세상"

서충섭 기자 2023. 5. 1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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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광주 유족들·세월호 희생자들도 "잊지 말아주세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이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를 앞두고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2023.5.17/뉴스1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를 앞두고 광주 금남로는 43년 전 그날처럼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독재정권에 맞서 총을 들었던 43년 전 그날과는 달리 주먹밥을 손에 쥔 시민들은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과 아픔을 나누며 대동세상을 외쳤다.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오월시민난장에는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부스 23개가 마련됐다.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여성들로 이뤄진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은 이날 5000인분의 주먹밥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금남로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건넬 주먹밥을 정신없이 만들면서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오월어머니집 회원인 김순자씨(70·여)는 "해마다 여기 와서 항쟁 당시 시민군들이 먹었던 주먹밥을 만들면서 내 마음도 달랜다"며 "그날의 참상을 다시 생각하면 끝도 없이 서글픈 마음만 든다. 작은 주먹밥 하나라도 먹으면서 모두가 공동체 정신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광주전남지부 회원들이 17일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 행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2023.5.17./뉴스1

지난해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참사의 광주·전남 유가족들도 거리에 섰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광주전남지부 회원들도 금남로에서 부스를 설치하고 대통령 공식 사과와 행안부장관 사퇴,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다. 이날 부스에는 광주와 목포의 이태원 유족 6가족이 직접 참여했다.

고 오지연씨의 어머니 임은숙씨는 "지나가는 시민들께서 힘내라고 응원 한말씀씩 해주시는 것에 너무나 감사하고 위로를 얻는다.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마음이 풀리도록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광주세월호시민상주모임이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세월호 리본을 만들고 방문객들에 전하고 있다.2023.5.17./뉴스1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광주시민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참사 이후 9년째 세월호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활동해오고 있는 광주세월호시민상주모임 회원들은 이날도 세월호 리본을 만들어 시민들과 나눴다.

9년째 시민상주로 활동하는 배우 추말숙씨는 "오늘이 5·18 43주기지만 아직도 진상규명이 안되고 있지 않느냐. 세월호 역시 우리 시민들이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과제다"며 "지난해 이태원 참사까지 이어지면서 큰 아픔이 이어지고 있는데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모두의 관심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가 열리는 금남로에서 광주트라우마센터 직원들이 5·18 피해자들로부터 트라우마를 청취하고 있다.2023.5.17./뉴스1

5·18당시 정신적 외상을 입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광주트라우마센터에는 상담자들로 분주했다. 80년 5월로부터 43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줄을 이으며 상담을 희망했다.

광주시민 노현기씨(75)는 "80년 5월18일 당일 금남로에서 그 참상을 목격하고 무서워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후 다른 사람들이 5·18 이야기를 해도 짜증난다며 외면했는데 이렇게 마음 속 고통을 털어놓고 상담을 받으니 한결 후련해진다"고 전했다.

트라우마센터는 이처럼 현장에서 청취한 대상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향후 구체적인 상담을 통해 피해 사례를 확인할 예정이다.

광주시교육청 청소년 5·18홍보단 '푸른새' 학생들이 17일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가 열리는 금남로에서 5·18홍보물을 만들고 있다.2023.5.17./뉴스1

풋풋한 청소년들도 5·18을 알리는 데 동참했다. 올해 처음 발족한 광주시교육청의 청소년 5·18홍보단 '푸른새'의 단원들은 이날 금남로에서 부스를 차리고 방문자들을 맞이했다.

이들은 5·18홍보물을 만드는가 하면 '임을 위한 행진곡' 칼림바 연주, 5·18 당시 조사받는 시민군이 되어보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조대여고 2학년인 최한나 단장(18·여)은 "올해 처음 준비하다보니 미숙할 수도 있지만 5·18을 알리고 싶은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며 "아직도 5·18 광주시민들을 빨갱이라고 매도하는 이들이 있다. 5·18의 역사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열심히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오월시민난장을 통해 늦봄문익환학교의 풍물공연, 무등예술단의 난타 버스킹 공연도 이어졌다. 광주재능시낭송협회는 '우리는 모두 오월이다' 시낭송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는 올해 기념행사를 '오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 슬로건으로 5·18 전야제와 각종 행사를 마련했다.

시민난장 이후 오후 5시30분부터는 수창초등학교, 광주공원, 조선대학교를 각각 출발한 세 무리의 인파가 금남공원에서 모이는 민주평화대행진이 시작된다. 이어 행렬이 옛 전남도청 앞에 집결하면 전야제 공연 '끝까지 우리들은 정의파다'가 무대에 오르며 본격적인 전야제가 시작된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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