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대구에서도 터진 전세 사기···허점투성이 부동산담보신탁

심병철 2023. 5. 17. 16: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가 이어지고 있고 억울한 죽음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구에서도 17가구가 한꺼번에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취재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심병철 기자,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군요.

◀기자▶
대구시 북구 침산동에 있는 도시형생활주택에 사는 17가구 세입자들이 피해 당사자들인데요.

3,000만 원에서 1억 4,000만 원까지 전세보증금을 내고 월세 20만 원에서 80만 원을 주고 이곳에 살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최근 날벼락 같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건물 주인이 소유권을 가진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자신과 임대차 계약을 한 것입니다.

집주인이 아닌 사람과 계약을 한 것과 같아서 전세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피해자인 오 모 씨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오 모 씨 피해자▶
"신탁(회사)에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었대요. 그래서 계약하신 분들은 전부 다 불법이라는 거예요. 살고 있는 거는 불법이라는 거예요. 저희도 이게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전세금을 구제받는 게 최우선이죠."

이런 사실은 5월 2일 자신의 집을 포함해 같은 건물 다섯 가구의 집이 공매에 넘어가면서 알려졌는데요.

건물 주인이 4억 원가량의 종합부동산세를 수성세무서에 내지 않아 공매 의뢰를 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절차에 들어간 것입니다.

오 씨와 같은 처지에 놓은 가구는 모두 17곳에 전세보증금은 15억 5,000만 원에 이릅니다.

부동산신탁회사는 문제가 발생하자 자신들과 관계없는 임대차 계약이라고 밝혔고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공매를 중지시켰습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관계자▶
"(전입 신고나 확정일자가 있어도) 저희가 공매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했을 때 임차인 분들한테 배분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이 이제 벌어질 것 같아서…"

◀앵커▶
부동산신탁회사란 말이 좀 생소한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죠?

◀기자▶
피의자인 건물주는 건물이 준공된 2017년 부동산신탁회사와 담보신탁 계약을 맺었는데요.

건물주는 20가구 가운데 미분양된 17가구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신탁 계약 후 부동산신탁회사에 소유권을 넘기고 수익권 증서를 교부받은 뒤 대구 모 신협에서 24억 원 이상을 빌렸습니다.

소유권을 넘겼기 때문에 신탁회사의 허가 없이 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없는데도 세입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6년간 임대를 해줬습니다.

피해자의 정 모 씨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정 모 씨 피해자▶
"계약할 당시에 물어보니까 신탁회사는 그냥 관리하는 곳이다, 자기들이 관리를 대신해 주는 곳이니 별다른 이상이 없고 내가 직접 다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그렇게 얘기를 했기 때문에…"

◀앵커▶
그런데 소유주가 부동산신탁회사인데 건물주는 어떻게 신탁회사 모르게 6년이나 버젓이 임대 계약을 할 수 있었죠?

◀기자▶
부동산신탁회사와 금융기관은 각각 담보신탁과 대출을 통해 수익을 내는 데만 급급했을 뿐입니다.

현행법상 전세 사기와 같은 일이 벌어져도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무관심했습니다.

부동산신탁회사와 건물주에게 대출을 해 준 신협도 불법 임대차 계약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부동산신탁회사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부동산신탁회사 관계자▶
"저희가 소유권만 가지고 있지 실질적인 관리나 그런 행위들은 위탁자(건물주)가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위탁자가 저희한테… 저희가 안에 누가 사람이 살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건물주는 바로 이런 점을 알고 악용한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부동산담보신탁을 악용해도 막을 길이 없습니다.

덕분에 17가구가 전세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졸지에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는데요.

그런데도 피의자인 건물주는 고의가 아니었으며 자신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 방송국의 취재 때문에 오히려 일이 틀어졌다며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건물주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건물 주인 피의자▶
"지금 입장이 많이 난처해졌어요. 세입자들 하고 나하고 전부 다 이 계기로, 은행에서는 다 협조적으로 나왔는데 지금 현재로는 안 되니까 오히려 세입자들이 피해를 더 보고 있거든요. (변호사가) 자세한 건 얘기하지 말랍니다."

건물주에게 돈을 빌려준 신용협동조합은 관련 첫 보도가 나간 다음 날인 5월 16일 건물에서 나가달라는 명도 소송에 들어가겠다고 피해자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부동산담보신탁 제도의 허점 때문에 서민들은 함정에 빠져 생존에 위협을 받으며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인데요.

부동산신탁회사와 금융기관은 제도 개선이나 사기 피해 회복은 커녕, 공매를 통한 대출금 회수 방법만 찾으면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Copyright © 대구M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