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의 유령빌딩 팔레스오피스텔, 35년 만에 진짜 새 주인 찾나

류수현 2023. 5. 17. 16: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30년 이상 방치된 복현오거리 유령건물에 대한 공매가 시작된 가운데 누가 새 주인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구 부동산 시장에선 덩치가 큰 데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간단치 않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그 동안 발목을 잡았던 유치권 등 복잡한 권리관계가 정리된 만큼 의외로 원매자가 나설 것이란 분석이 맞서고 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허그가 최종 승소했지만, '유치권자'의 불법 점유가 계속돼 강제집행이 불가피한 점, '유령빌딩' '망한 빌딩' 등 나쁜 이미지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출금 대신 소유권 확보한
주택도시보증공사 300억에 공매
16일 1차 공매 응찰자 전무 유찰
19일부터 2차… 6차까지 계속
업계 "법적 권리관계 정리 불구
이미지 나쁘고 명도집행 진행중
최초가 50% 이하서 낙찰 가능성"
공사 "낙찰 될 때까지 계속 공매"
'복현 sky' 등 문구가 붙어 있는 골든프라자 옆 도로에 차량이 달리고 있다. 류수현 기자

30년 이상 방치된 복현오거리 유령건물에 대한 공매가 시작된 가운데 누가 새 주인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구 부동산 시장에선 덩치가 큰 데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간단치 않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그 동안 발목을 잡았던 유치권 등 복잡한 권리관계가 정리된 만큼 의외로 원매자가 나설 것이란 분석이 맞서고 있다.

온라인 공공자산 처분시스템인 '온비드'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허그)가 소유권자인 대구 북구 복현오거리 ‘골든프라자’ 건물에 대한 1차 공매(12~15일)를 지난 16일 개찰한 결과 응찰자가 하나도 없어 유찰됐다. 최저 입찰가는 300억 원이다.

이에 따라 온비드는 19일부터 최저가 288억 원에 2차 공매를 시작된다. 법원이 하는 경매는 유찰 될 때마다 최저 낙찰가가 20~30% 떨어진다. 공매에 나선 허그는 한 차례 유찰 될 때마다 4%씩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마지막 6회차는 244억6,100만 원이다. 허그는 6회차에서 유찰 되더라도 공매를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해당 건물이 당초 오피스 중심의 주상복합으로 설계됐고, 덩치가 커 공매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는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시행사나 일반 기업도 침체한 부동산 경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주택과 달리 상업ᆞ업무용 토지나 빌딩은 상대적으로 하락률이 낮아 당초 공매가의 50% 이하에서 낙찰될 것으로 보는 의견도 많다.

소유권은 우여곡절 끝에 허그가 가지고 있다. 대지면적 2,783㎡ 연면적 3만9,994㎡에 지하 7층 지상 17층이다. 1, 2층 상가, 3~16층 오피스텔, 17층 레스토랑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골조와 엘리베이터 등은 마무리됐고, 출입문을 비롯한 내부 마감 등을 남겨두고 있다.

문제의 빌딩은 불운의 건물이다. 수십 년간 시행사와 시공사가 바뀌고 유치권 분쟁에 일부 수분양자들의 권리 주장으로 내로라 하는 부동산 전문가와 기업, 법조인들도 고배를 마셨다.

불운의 역사는 1989년 시작했다. 당시 대구지역에는 동대구로와 도심에 오피스텔 건축 붐이 일던 시기였다. 당시 오피스텔은 요즘 같은 주거전용이 접이식 침대 등을 갖춘 글자 그대로 오피스텔이었다. 해당 빌딩도 1994년 준공을 목표로 주상복합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당시 빌딩 이름은 ‘팔레스 오피스텔’이었다. 이후 언제부턴가 골든프라자로 불리다 5년 전 '홍성 블루핀 복현SKY" 타이틀이 붙었다.

하지만 토목공사가 한창이던 1991년 상수도관 파열에 따른 지반침하로 난리가 났고, 천신만고 끝에 골조공사까지 마무리됐지만 시행사-시공사간 분쟁과 공사중단, 유치권소송 등으로 좌초했다. 착공 이후 1994년, 2003년, 2007년, 2018년 새 주인을 맞아 공사를 재개했다가 중단됐다. 지반침하 사고에 따른 공사 중단과 자금난, 이미지 손상이 결국 유령빌딩의 단초가 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2014년 새 주인을 경매로 소유권을 확보한 KPI&I는 2017년 말 유치권자’를 퇴거시키고 2018년부터 주택도시기금 430억 원의 융자를 신청, 273억 원을 실제 대출 받았다. 또 당시 대구지역에서 급부상하던 홍성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구조안전진단 결과 골조 자체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북구청도 ‘대학타운형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공공청년임대주택, 신혼부부주택, 청년창업을 위한 시설 등을 입주시킨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다 끝난줄 알았던 유치권이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최초 시공사로부터 공사대금채권을 인수했다는 업체가 유치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허그는 2018년 말 시행사로부터 소유권 등을 이전 받은 뒤 일부 업체가 무단 점유 중인 공간에 대한 명도소송을 제기,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복잡한 권리관계와 가압류, 근저당 설정 등으로 등기부등본 토지부문만 15장이나 될 정도로 얽히고 설킨 권리관계는 말끔하게 정리된 셈이다.

하지만 새 주인 찾기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허그가 최종 승소했지만, ‘유치권자’의 불법 점유가 계속돼 강제집행이 불가피한 점, ‘유령빌딩’ ‘망한 빌딩’ 등 나쁜 이미지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수없이 많은 부동산개발업체들이 덤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권리관계가 거의 정리됐다지만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허그의 기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낙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골든프라자 건설 현장 내부에 나뒹구는 유리병 너머로 풀이 자라고 있다. 류수현 기자

류수현 기자 yvr@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