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연체율 급등…금융당국, 증권사에 ABCP 상각처리 유도

서울시가 주거용 건축물의 35층 높이 제한 폐지를 골자로 하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 공고한 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 성동훈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빠른 상각 처리를 유도하기로 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체율이 두 자릿수로 오르자 회수가능성이 없는 부실채권은 빨리 상각처리를 해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다음 주쯤 이런 내용을 담은 방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감원 ‘금융기관 채권 대손 인정 업무세칙’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보유한 채권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나뉘는데, ‘추정손실’로 분류된 때에는 조속히 금감원장의 승인을 받아 상각 처리하게 돼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추정손실’로 분류된 채권들은 회수할 가능성이 없어서 이미 손실 추정액만큼 충당금도 적립해뒀는데 장부에는 아직 부실자산으로 남아있는 것들”이라며 “연체율이 올라서 증권업계 신뢰도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기 상각을 유도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PF 관련 ABCP 연체율이 오르자 6월 결산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증권사 연체율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말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은 10.4%로 지난해 9월 말 8.2%에서 2.2%포인트 늘었다. 1년 전인 2021년 말(3.71%)보다는 3배가량 급증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증권사가 보증한 PF ABCP 전체 규모는 약 20조6200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이외에도 통상 만기가 3개월인 PF ABCP를 장기성 대출로 전환하는 작업도 병행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단기성 자금 성격인 PF ABCP를 장기성 대출로 전환할 경우 차환 리스크 및 시장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3일 ‘부동산PF 대출 대손상각 관련 유의 사항’이라는 공문을 전 증권사에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에는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자산 건전성 분류 결과 추정손실로 분류한 것에 대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대손 상각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6월 말 반기 결산 시점을 고려해 최대한 이달 중 관련 절차를 진행해달라는 주문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