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업체 '깜짝 인수' 아리바이오…"먹는 치매藥 성과 위한 결정"

정기종 기자 2023. 5. 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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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준 대표 지난 15일 소룩스 경영권 양도 계약 체결…내달 말 유증납입 후 새 최대주주 등극
기술특례상장 잇단 고배에 '우회상장 포석' 분석 무게
정 대표 "아직 우회상장까지 생각 못해…모든 가능성 열고 세부 전략 논의 중"
소룩스,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 사업 낙점…세계 최초 경구 치매藥 'AR1001' 조력자로


아리바이오가 조명업체인 소룩스의 깜짝 인수를 결정했다. 시장은 이를 아리바이오 우회상장 포석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현재로선 바이오 사업 시너지 창출을 위한 양사 전략적 제휴를 기반으로 핵심 파이프라인인 경구용 치매치료제 성과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정재준 대표는 17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소룩스 경영권 인수는 미래 성장 동력 마련이라는 공통의 목표가 부합한 전략적 제휴 차원"이라며 "아직 우회상장 까진 생각을 못한 상황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세부 전략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앞서 지난 15일 소룩스 최대주주인 김복덕 대표와 경영권 및 주식 매매 계약과 소룩스와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가 300억원에 소룩스 보통주 100만주와 경영권을 정대표에 양도하고, 소룩스는 500억원 규모의 사업 자금 펀딩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아리바이오 최대주주인 정 대표는 유증 납입이 완료되는 6월 말 소룩스의 새 최대주주로 등극할 예정이다.

아리바이오는 세계 최초로 경구용 치매치료제 'AR1001'을 개발 중인 기업이다. 올해 1월 미국 임상 3상 첫 환자 투여를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 입성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지난 2018년과 2022년에 이어 올해 3월까지 세번째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기술성 특례상장을 위해선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두 곳의 외부 전문 검증기관으로부터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며, 적어도 한 곳으로부터 A등급 이상을 받아야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소룩스 인수를 제동 걸린 아리바이오 연내 상장 돌파구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우회상장은 비상장기업이 공모주청약 등의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증시에 진입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기존 상장사와의 합병을 통해 경영권을 인수받아 상장하는 방식이다. 아리바이오와 소룩스 역시 향후 합병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명업체인 소룩스가 내달 말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바이오사업을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점 역시 해당 분석에 무게감을 더한다.

우회상장의 순기능으론 바이오 등 성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신산업 분야 기업의 상장을 도와 원활한 자금 유입 등 적극적 육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꼽힌다. 바이오 기업 중 대표적 우수 사례는 셀트리온이다. 2000년대 중반 상장을 추진했던 셀트리온은 당시 드러나지 않았던 바이오시밀러 산업 가치 등에 박한 평가를 받으며 기술특례 상장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하지만 2008년 코스닥 상장사인 오알켐과의 역합병 방식으로 우회상장에 성공해 현재 국내를 대표하는 바이오기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위험요인도 존재한다. 자격을 갖추지 못한 비상장법인이 자본조달 등을 통한 시세차익만을 목적으로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국내 우회상장 기준이 강화된 배경 역시 해당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시장 건정성을 해친 탓이다. 우회상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비상장사와 상장사 주주간 이해관계 충돌 등 셈법도 복잡해진다.
AR1001, 미국 3상 이어 유럽 임상도 이달 신청…글로벌 임상 확대 박차
아리바이오 역시 이와 관련된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로선 확정된 세부 전략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계약이 각 사별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이어진 만큼, 시너지 극대화 방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아리바이오는 3상에 돌입한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AR1001의 임상에 나선다. 이달 임상시험계획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역시 내달 말 전체 임상시험 책임자(PI)들과의 첫 미팅을 통해 세부 전략을 조율한다. 당초 계획 보다 임상 계획이 확대되면서 필요 자금 역시 커진 상태다. 임상 규모 확대에 따라 3상에 필요한 자금은 1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견조한 실적을 유지해 온 소룩스 역시 최근 중국업체 저가 공세에 밀려 지난해 적자전환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왔다. 이에 내부적으로 전문성 있는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바이오 사업 진출을 돌파구로 낙점한 상태다.

정 대표는 "물론 이번 계약이 임상 자금 조달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결코 그것을 목적으로 한 결정이 아니다. 회사가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비용 절감 노하우를 보유한 만큼 확대된 임상 3상 역시 자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며 "특히 미국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이 등 성사 직전까지 가는 등 다른 방안도 많았지만, 당초 회사 설립 목적인 국내에서의 성과 도출에 집중하기 위해 국내 파트너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월 기평 고배 이후 오래 기다려준 주주들과 적극적 소통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받았다. 결국 주주들이 원하는 것은 '미래 확장성 틀' 마련이었는데, 소룩스와 이 부분에서 의견이 맞았다"며 "양사 세부 전략에 대해선 아리바이오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만큼, 논의를 통해 조속히 세부 전략을 결정하고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양사 모두 현재 AR1001 임상 집중에 뜻을 모은 상태로 어떤 형태로든 성과 달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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