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폭로' 허정민 까였다?…톱스타엔 굽실굽실하면서(종합)[Oh!쎈 이슈]
[OSEN=김보라 기자] 배우 허정민이 새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에 캐스팅돼 두 달여 간 준비를 해왔는데 작가의 입김으로 돌연 잘렸다고 폭로해 이틀째 파문이 일고 있다. ‘효심이네 각자도생’(극본 조정선, 연출 김형일)은 가족을 위해 본인의 삶을 희생해온 효심이(유이 분)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하면서 독립적 삶을 영위하려는 이야기를 그린다.
허정민은 지난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작가님께서 ‘허정민 배우 싫다’고 까버리시네? 얼굴도 못 뵙는데 왜…”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제가 못생겨서인가요? 싸가지가 없어서인가요? 연기를 못하나요? 저의 준비 기간 2개월과 앞으로의 나날은 어찌됩니까”라고 애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어제부터 오늘(17일)까지 허정민이 폭로한 캐스팅 번복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반복돼 온 일이다. 작가, PD, 방송사 드라마국센터장 등 제작진은 톱스타의 비위를 맞추느라 비굴하게 행동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나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배우들에게는 제멋대로 구는 갑질을 하는 것이다. 비단 허정민만 당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가 고규필도 언급했듯.
앞서 편성이 불발된 드라마 ‘학교 2020’ 측도 초반에는 여자 주인공으로 안서현을 캐스팅한 뒤 연출할 PD와 작품을 함께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송사 및 제작사 측에서 김새론에게 주인공 자리를 제안하며 뒤늦게 안서현 측에 하차를 통보해 논란을 빚었던 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작가나 제작사 대표는 물론 드라마센터장들도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비인기 배우들을 단칼에 거절할 수 있다. 톱스타들을 모시기 위해 첫 촬영 시기까지 연기하는 것과 대비되는 현실이다.
이처럼 허정민 갑질 피해 논란이 비판받는 이유는, 허정민의 SNS 주장에 따라, 제작진이 배우와 미팅을 갖고 작품에 대해 두 달여 간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초반 캐스팅 단계에서 시나리오 및 대본을 건넬 때는 이 배우, 저 배우를 따져가며 극 중 캐릭터와 맞는 이미지를 찾는 과정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일단 대본을 건넸고 함께 작품의 방향성과 캐릭터에 관한 구체적 논의를 시작했으면 말이 달라진다. 계약서에 서로 날인을 찍기 전이어도, 구두로 출연을 긍정 검토했다면 같은 배를 탄 것과 다름이 없다.
작가, PD, 방송사, 제작사 등 제작진과 배우가 출연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며 프리 프로덕션 단계까지 함께 갔다면 출연은 잠정 결정된 것이다. 그러나 허정민의 주장에 따라, 작품을 함께 준비하던 중 돌연 하차 통보를 했다면 이는 제작진이 자신의 기준에서 비인기·낮은 인지도의 배우를 무시한 처사다. 과연 제작진이 주연을 꿰찬 톱스타들에게도 이 같은 행동을 보일 수 있었을까? 대개는 그들을 '모시기' 위해 굽실거리기 마련이다.
물론 제작 환경에서 스타 캐스팅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제작진의 취향 및 평가 기준에 따라 작품 속 캐릭터에 맞는 배우가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작진의 의견을 존중한다. 또한 예비 시청자들이 새 작품의 예고편을 볼 때 어느 배우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관심도의 높낮이가 달라진다. 아이돌 캐스팅이 꾸준한 이유다.
캐스팅이 예민한 이유는 출연료 협상 문제도 있겠으나, 제작사 입장에서는 방송사의 편성을 따내기 위한 열띤 경쟁을 치러야 한다. 한편 방송사 입장에서는 제작자의 능력, 캐스팅 여부, 완성도, 광고 등 여러 부문을 심사하는데 결국 드라마의 편성을 따내는 초반 힘은 스타 캐스팅 확보다. 이 과정에서 제작사들의 캐스팅 경쟁이 심화되고 여러 가지 잡음이 잇따르게 된다.
일개 배우가 안심하고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톱스타가 돼야만 하는 것인가? 일부 제작사 및 방송사, 작가의 언행으로 인해 배우들의 불안감과 분노를 가중시킨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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