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각" 밧데리 아저씨 아차!…거래소 벌점 폭탄에 주가 '뚝'

홍순빈 기자 2023. 5. 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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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데리 아저씨'라 불리는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가 사퇴한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며 높은 벌점을 부과했다. 박 이사가 공시 전 자사주 처분 계획을 미리 언급했고 그 이후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발포제 생산기업인 금양은 최근까지도 이차전지, 리튬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이번 거래소의 제재와 함께 그간 나왔던 관련 사업 내용, 공시들을 다시 뜯어볼 필요가 있다는 금융투자업계 우려섞인 의견이 나온다.

17일 금양은 전 거래일보다 2400원(4.29%) 내린 5만3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16일) 한국거래소는 상장공시심사위원회를 열고 금양에 대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의결했다. 벌점 8.5점과 함께 제재금 8500만원도 함께 내려졌다.

'밧데리 아저씨'로 유명한 박순혁 금양 이사가 지난달 11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금양이 자사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할 것이라 밝힌 게 문제가 됐다. 자사주 매각, 유상증자 등 기업의 자금조달과 관련된 내용을 회사 관계자가 공시 전 언급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박 이사는 "회사가 곧 자사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할 것이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며 "현재 금양 주식을 들고 있다면 축소하라"고 했다.

해당 내용은 시장에서 논란이 됐고 금양은 같은달 24일 수시공시를 통해 200만주의 자사주를 장내매도 혹은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도 뒤늦게 사태를 파악해 같은날 금양을 불성시공시법인으로 지정할 걸 예고했다.

거래소는 강도 높은 벌점을 부과한 이유에 대해 금양이 공정공시를 위반했고 심사 전까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양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았음에도 박 이사가 유튜브 등에서 '제재 받을 걸 예상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등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공시 전 특정인에게 기업의 중요 정보가 사전에 공개되면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해 엄중하게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불성시공시 유형은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 취소 혹은 공시내용을 일정 비율 이상을 변경하는 행위 등이 있다. 금융위원회의 공시위반 제재와 별개로 거래소는 상장법인의 성실한 공시의무 이행을 위해 자율규제 형식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실시한다. 심사 시 공시 위반의 동기,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가중·감경 사유도 함께 반영한다.

상장법인이 10점을 초과한 벌점을 받으면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된다. 1년 내 누계 벌점이 15점 이상인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그 이후 1년 동안 15점을 추가로 받으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거래소의 조치에 대해 다소 놀란 눈치다. 하루만에 8.5점의 높은 벌점을 부과받으며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제재를 받아서다. 1년 내 추가 벌점을 받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금양의 신사업 성과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은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현재까지 금양은 발포제 관련 제품의 매출액만 나오고 있는데 이차전지 신사업에 대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금양은 콩고, 몽골 리튬광산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는 등 자원개발 사업에 진출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양이 이차전지·리튬 사업을 진행할 거란 시장의 기대감이 나오는 건 사실이나 아직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MOU는 말 그대로 '양해각서'로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4000~5000원 사이에서 횡보하던 금양의 주가는 지난해 7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박 이사의 자사주 매각 언급이 있기 전인 지난달 10일 9만원을 돌파하는 등 10개월 간 약 20배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로 전환해 현재 5만3000원 선에 머무르고 있다. 박 이사는 거래소가 사실상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15일 금양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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