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반환 대출 터주자" 운뗀 국토교통부…도덕적해이 우려도

방윤영 기자 2023. 5. 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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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 우려가 커짐에 따라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을 지원하기 위해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도록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임대인들은 보증금 반환을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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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세종시에서 국토부 출입 기자 월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 우려가 커짐에 따라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을 지원하기 위해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도록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무주택 임차인의 보증금을 지켜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대출을 풀어줄 경우 갭 투기자들까지 정책 혜택을 볼 수 있고, 위기 때마다 국가가 나서 해결해준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셋값이 내려가서 이전 전세금을 못 돌려주는데, 다른 대출을 끌어들일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을 터주자는 데 금융당국과 공감대가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요건으로 할지는 금융당국이 시뮬레이션을 하면 저희가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지나갈 길 열어주고 지나가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직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요건 등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임대인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임대인들은 보증금 반환을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전국임대인연합회는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목적의 주택담보대출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대폭 개선해 임대인이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선량한 임대인조차 대출이 불가능해 임차인의 보증금을 지켜주고 싶지만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정책금융인 특례보금자리론은 전세금 반환 목적의 대출도 취급하지만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로 대상을 한정해 여러 채를 소유한 등록 임대사업자들은 이용할 수 없어, 결국 대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대출 규제를 풀 경우 선의의 피해자 뿐만 아니라 투기에 나서 이들까지 정책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부작용과 함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국가가 해결해준다는 선례를 남겨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가 아닌 투자 측면에서 보더라도 전세금 및 주택가격이 올랐을 시기에는 집주인이 수익을 얻어놓고, 반대로 전세금이 떨어졌을 때는 '돌려줄 돈이 없으니 국가가 도와달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제도하에서 대출이 안 되는 이유가 있는데, 이걸 풀어주면 금융사고와 도덕적 해이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결국 임대인의 전세 보증금 반환 책임을 금융기관이 떠안게 되는 꼴이 된다"고 했다.

규제를 풀더라도 대상이나 요건 등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는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결국 피해는 무주택 임차인이 본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세 보증금 반환 사고의 악순환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공적 자금이 사용되는 만큼 금리 조건이나 기간, 지원 대상 등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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