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4조’ 가양동 CJ공장 부지 개발사업 흔들…구청 돌연 인가 취소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5. 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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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인창개발, 소송 제기 맞대응
브릿지론 이달 3700억 만기
보증 선 현대건설도 촉각
서울 강서구 가양동 CJ공장 부지 전경 [박형기 기자]
사업비만 4조원에 달하는 서울 가양동 CJ공장 부지 개발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건축인허가 기관인 강서구가 공식 절차를 통해 인가받은 사안을 돌연 취소했기 때문이다.

건설 및 시행업계는 행정 안정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선례가 나온 만큼, 향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가양동 92의 1 일원 11만2587㎡에 달하는 CJ공장부지는 강서구의 대표적인 개발 사업지로 꼽힌다. 당초 땅의 소유자였던 CJ제일제당이 공동주택으로 개발하려 했지만 자금난으로 2019년 인창개발-현대건설 컨소시엄에 1조500억원에 매각했다.

시행사는 삼성동 코엑스의 1.7배 규모인 연면적 77만1586㎡ 부지에 지하 7층~지상 14층 규모의 문화, 쇼핑, 오피스 복합단지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서울시와 강서구청도 마곡 마이스복합단지와 함께 이곳을 서울 서남부권의 프리미엄 비즈니스벨트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여러차례 내놨다.

사업 추진도 순항했다. 2012년 서울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수도권 정비위원회 심의(2021년)와 교통영향평가(2022년), 서울시 건축심의(2022년) 등 12년째 절차를 밟는 등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강서구는 지난 2월 공문을 통해 소방시설 등 관련기관(부서) 협의를 이유로 고시까지 마친 건축협정 인가를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이에 가양동 부지 시행사인 인창개발은 지난달 24일 서울행정법원에 강서구청을 상대로 ‘건축협정 인가 취소처분 무효’ 소송을 냈다. 건축협정은 2개 넘는 필지를 하나의 대지로 묶어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인창개발은 CJ 공장 부지 3개 블록 중 두개 블록에 지하 연결통로를 만들고 주차장을 공동으로 쓰는 내용의 건축협정 인가를 지난해 신청했다. 강서구청은 같은해 9월 건축협정인가를 내주고 고시까지 마쳤다.

이후 인창개발은 착공을 위해 건축허가 심의를 같은달 접수했지만, 올해 2월 건축허가 전 단계라고 볼 수 있는 건축협정 인가를 강서구청이 돌연 취소 처리했다. 구청 측은 “소방시설 등 관련기관(부서) 협의가 완료된 후 협정인가 재신청 요함”을 취소 사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인창개발은 인가 취소 처분에 실체적·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입장이다. 건축법 상 협정 인가처분의 근거로 ‘소방시설 등 관련부서와 협의’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또 취소처분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이 불분명한 반면, 사건 취소로 시행사가 감내하는 손해는 한달에 70억 수준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 지적한다.

가양동 CJ공장부지 특별계획구역 조감도 [사진 = 서울시]
업계에서는 ‘조 단위’ 사업을 올스톱시킨 강서구청의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교통환경평가, 건축심의 등 시의 깐깐한 행정절차를 모두 통과한 사업장이 착공을 코 앞에 두고 돌연 멈춘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강서구청이 해당 사업에 제동을 건 배경으로는 기대치에 못 미쳤던 기부채납 문제가 꼽힌다. 당초 서울시와 시행사는 개발이익의 12.3%를 기부채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구청 측은 “이 부지는 수십년간 CJ공장가동으로 지역 주민들이 소음, 분진 등의 환경 피해를 겪었던 지역인 만큼 구민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밖에 없다”면서 “최종 허가권자인 구청장이 2022년 7월 취임한 이후 해당 건에 대해 한번도 보고받지 않아 재검토가 필요했고, 기부채납 안도 주민들의 기대치에 비해 미비했다”고 말했다.

인창개발은 인가 취소 처분에 실체적·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행정절차법은 행정청이 처분을 내리기 전에 사전통지 또는 의견 청취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강서구청은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것이다.

반면 강서구청은 소방기관 협의 내용 외에 담당 사무관의 전결 처리를 협정인가 취소 사유로 내세우고 있다. 허가권자인 구청장(지난해 7월 취임) 등에게 보고 또는 어떠한 회의도 없이 담당 사무관이 전결 처리, 심도 있는 안전 검토가 없었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소송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업이 장기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CJ공장부지 개발사업은 사업비만 4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함은 물론 부동산 PF 자금시장 경색이 우려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회사들이 주관한 11개 특수목적법인(SPC)의 CJ공장부지 개발사업 PF 조달금액은 1조3550억원에 달한다. 이중 3700억원의 만기가 이달 24일 도래한다. 해당 브릿지론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새로 발행해 차환할 계획이다. 차환 발행은 NH투자증권(1200억원), KB증권(1000억원), 한국투자증권(1000억원) 등이 주관한다.

가양동 CJ 부지 PF 브릿지론은 대규모 조달에 해당해 만기 구조를 다변화했다. 나머지 9000억원가량은 오는 하반기부터 만기가 돌아온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채무 인수를 약정했다.

부동산 금융 업계는 토지 감정평가 가격이 매입 시점 가격(약 1조1000억원)보다 1조5000억원 가까이 상승해 차환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담보로 잡은 토지를 매각하더라도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금융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지급보증한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인 둔촌 주공 PF 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라면서도 “개발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차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태우 강서구청장의 대법원 선고 결과가 사업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당시 내부 문건 유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오는 18일 대법원 선고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면 구청장직을 상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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