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문가 “기시다 방한, 尹 관계 개선 노력에 보답”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그간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에 보답하는 방안이었다는 일본 전문가의 평가가 나왔다. 반면 우리 측 전문가는 향후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판결금 마련에 일본 기업들의 자발적 기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뉴스1

한·일 관계 전문가인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교수는 17일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와 연합뉴스가 주최한 한·일 정상회담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니시노 교수는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은 정권 발족 후 일관되게 한·일 관계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 온 윤 대통령의 구상을 높게 평가하고 부응하는 성격이 강했다”며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정책 및 현 한·일 관계 개선 프로세스에 비판적 여론을 의식해 세가지 부분에서 윤정부와 한국 국민에게 배려를 보였다”고 언급했다. 니시노 교수가 언급한 세가지 부분은 기시다 총리가 공동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는 발언, 양국 정상이 주요7개국(G7) 계기에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추모하고 헌화하기로 한 것, 후쿠시마 오염수(일본 표현 처리수) 방출에 한국 전문가 시찰단을 수용하는 것이다.

다만 니시노 교수는 한국 내 대일 여론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2개월이 채 되지 않는 단기간에 상호 왕래를 통한 정상 간 셔틀 외교가 실현된 점에서 지금은 아직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기보다도 3월 정상회담 당시 합의 사항을 착실히, 속도감 있게 이뤄나갈 시기”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 측 관점에서 “한·일은 과거사 관련 ‘컵의 남은 절반’을 채우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징용(강제동원) 판결과 관련해 일본 기업의 반성·사죄와 자발적 기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현재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의 쟁점은 두 나라가 함께 미래세대의 한·일 관계를 위해 만들기로 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에 일본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 일본 제철의 참여 여부”라며 “한국 내에 ‘제 3자 변제안’과 관련해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일본 측의 대승적 결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양국 전문가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에 대한 비전을 양국이 공유해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거론했다. 조 교수는 “한국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본 관련 사안은 국내정치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고, 일본은 G7 정상회의 종료 후 해산 총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정치가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니시노 교수는 “셔틀외교 복원을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의 동력이 유지되고, 협력 기반이 되는 정부간 채널 재구축도 빠른 속도로 추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