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가더라도 약한 범죄자는 빼줘"…의사들 주장에 변호사들 "비겁한 꼼수"
금고 이상 형 모든 범죄 말고 강력범죄·중범죄만 넣으라는 것
변호사들 "강력범죄·중범죄 법적 기준 없어 애매모호해질 것"
故 신해철 변호인 "과실치사상죄 저지른 의사는 쏙 빠져…유감"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하 '의료인 면허 취소법')에 대해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의결된 데 대해 의사 단체가 "의료행위의 자유를 말살하는 위헌이자 악법"이라며 규탄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시행되기까지 남은 6개월 동안 의료법 재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며, 현재의 의료인 면허 취소법이 공포되면 바로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헌법소원(憲法訴願)이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공권력으로 침해받았을 때 헌법재판소에 제소해 그 침해된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를 말한다.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은 "이 법안은 금고형으로 단순히 면허가 취소되는 것뿐 아니라 형 집행이 종료된 후에도 최소 2년간 의료인으로서의 업무 수행이 금지된다"며 "치과의사로서의 의료행위 자유를 완벽하게 말살하는 위헌행위"라고 비판했다.
의료인 면허 취소법이 뭐길래 의사들이 이렇게 반대하는 걸까.
의료인 면허 취소법은 2021년 2월 2일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 등 10명이 대리 수술 논란으로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금고형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금고형'은 유죄로 판결받은 범죄자가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으로, 형사 처벌 가운데 비교적 약한 '벌금형'보다 강도가 높은 범죄가 금고형에 해당한다.
반면 현행 의료법상 의사는 살인·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 이에 여론을 의식한 의료계는 한발 물러서서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한해서는 면허를 취소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우리 협회는 특정 강력범죄, 성폭력 범죄 등 사회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큰 범죄에 대해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를 확대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모든 범죄가 아닌, 금고 이상의 형 중에서도 '강력범죄' 또는 '중범죄'로 불리는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만 면허를 취소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이 반영된 '중재안'이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현안 민(民)·당(黨)·정(政) 간담회'에서 제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이 내놓은 중재안에 따르면 의사 면허 취소 대상은 금고 이상의 형(선고유예 포함)을 선고받은 '모든 범죄'에서 '의료 관련 범죄, 성범죄, 강력 범죄'로 한정하자는 것이다. 또 의사 면허가 취소된 후 재교부까지의 기간을 10년(원안)에서 5년(중재안)으로 절반을 깎자는 내용도 들었다. 이는 의료법 개정안에서 명시한 의사 면허 취소 사유를 '완화'하자는 제안이다. 이에 대해 이필수 의협회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의료계는 이번에 당시 만들어놓은 이 중재안을 '의료법 개정안'으로 발의되도록 공동 대응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중재안에 대해 '의료인의 면허 취소를 최대한 비껴가려는 꼼수'라고 비판한다. 김민호(VIP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변호사는"중재안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 가운데 쉽게 말해 중범죄나 강력범죄에 한해 의사 면허를 박탈하겠다는 건데, 어떤 게 중범죄인지, 어떤 게 강력범죄인지 가려내는 기준 자체가 모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죄 중에서 중범죄나 강력범죄로 일컫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법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 황만기 부회장은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의료인 면허 취소법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조정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우리는 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기 때문에 복지부와의 세부 협의와 조정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만기 부회장은 "흉악 범죄 등으로 면허가 취소되는 것엔 당연히 동의할 수 있지만, 스쿨존 등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 특례 등으로 인한 면허 취소에는 반대한다"며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 현재 시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건의약 전문가 단체(대한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에게도 자체 징계권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故) 신해철 씨 유족을 변호한 박호균 변호사는 의사 면허 취소법을 반대하는 의사 단체에 대한 실망감을 표했다. 박호균(법학박사, 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 변호사는 의사 출신으로, 현재도 대한의사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박호균 변호사는 오히려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가 원안보다 더 강력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법 개정안 원안에 따르면 '의료인이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등의 경우에는 그 면허를 취소하지 아니하도록 함'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신해철 집도의처럼 사람을 반복적으로 죽인 의사도 의사 면허를 규제해야 마땅한데 원안에선 이를 비껴갔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원안은 굉장히 비겁하다"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한편 의료인 면허 취소법을 줄곧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는 그 대안으로 협회의 '자정 시스템'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 면허 관리에 대한 의료인 단체의 자율정화 기회를 부여하고, 충분한 계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며 "보건복지의료연대와 강경 연대해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의사 면허 취소법을 절대 저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김경태 부대변인은 "협회 자체적으로 징계위원회를 갖춰 죄를 지은 의사에게 자율정화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호균 변호사는 "의료법에 의료인의 결격사유부터 먼저 만들어놓은 다음, 변호사협회처럼 의협에 징계위원회를 차리고, 복지부가 그걸 위임하면 되는 것"이라며 "의협에선 결격사유 자체를 법안에 만들지 말자면서 어떤 기준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신비감 없다" 부부관계 피하던 '섹스리스' 남편…속사정 보니 - 머니투데이
- 서정희 "故 서세원, 빈소 근처도 못 가…장지 어디인지 몰라" - 머니투데이
- "밤 12시에 쿵쾅쿵쾅, 경찰 출동"…구찌쇼 뒤풀이에 주민 분노 - 머니투데이
- 허정민, 갑질 폭로 계속…뒷덜미 붙잡힌 배우는 '고규필'이었다 - 머니투데이
- 박군 "조의금 다 빌려줬더니…" 母 장례 후 돈·사람 한번에 잃은 사연 - 머니투데이
- "단풍 구경도 못 했는데"…하루만에 14도 '뚝' 급추위에 패딩 중무장[르포] - 머니투데이
- '이혼' 이동건, 공개연애만 5번 한 이유…"상대방 존중하려고" - 머니투데이
- "자꾸 피곤하네" 코로나 앓고 난 후 무기력…'이 한약' 찾아보세요 - 머니투데이
- '여성 BJ에 8억' 사생활 터진 김준수…"뮤지컬은 매진" 타격 NO - 머니투데이
- "사진 찍으려 줄섰다" 송혜교 똑닮은 중국인 여군…어떻길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