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미워해도 소용없다, 성소수자는 '이미' 살아간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정치가 자꾸만 '나중'으로 미뤄왔던 성소수자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당당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체시키는 것은 부족한 시민의식이 아니라 바로 변화를 보지 못하는 무능한 정치에 있습니다." - 정성조 다양성을향한지속가능한움직임 '다움' 활동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BIT)을 맞아 인권단체들이 각종 캠페인 및 투쟁 활동에 돌입했다.
63개 인권·시민단체 연대체인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투쟁단'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2023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투쟁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맞아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집중적인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이날을 시작으로 오는 21일까지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차별금지법 제정 △혼인평등 실현 △학생인권법 제정 △트랜스인권법 제정 △지역인권조례 확대 등 성소수자 인권 의제를 주제로 기자회견, 행진, 상영회 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날 이들은 "성소수자도 동등하고 존엄한 시민이다.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제 이 말에 반대하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라면서도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혐오와 이를 동조, 조장하고 있는 국가와 지자체의 행태로 인하여 현재 성소수자 인권은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라고 집중투쟁의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특히 △국회 내 차별금지법 제정의 유예와 △지방정부 내에서 이뤄지는 인권 조례, 성평등 조례, 학생인권 조례 등의 후퇴 움직임 등을 들어 "보수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반성소수자 혐오선동세력의 움직임에 정부와 정치권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동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활동가는 "(최근의) 현실은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침묵하거나 무시·회피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차별의 문제를 가시화하고 드러내는 활동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이 우리 사회 곳곳에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에선 지난 1993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성소수자 인권단체 '초동회'를 시작으로 30년간의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이어져왔다. 90년대 후반엔 중고교 교과서 개정 촉구 집회가 일어났고, 2000년엔 현재까지 국내 최대의 성소수자 문화제로 불리는 퀴어문화축제가 최초로 시작됐다. 2007년에는 '성적 지향'을 차별 사유에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시작돼 16년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모인 단체들은 이러한 '30년의 역사' 속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국내 시민의식이 국제사회 못지않게 높아졌음을 강조하며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것은 바로 국회와 정부"라고 지적했다.
정성조 다양성을향한지속가능한움직임 '다움' 활동가는 "최근 실시된 여러 조사에 따르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여론은 이미 70~80%를 넘어선 지 오래"라며 "매년 퀴어문화축제면 성소수자의 존재를 축하하는 수많은 시민이 서울시청 광장을 무지개로 가득 채운다"고 강조했다. 정 활동가는 이어 "김용민·소성욱 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동성커플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2심에서 승리했다"라며 "이제는 정말 정치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의 방조 속에서 혐오와 차별에 노출되고 있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을 위한 "응원과 연대의 캠페인"도 개최된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영상 캠페인 '미워해도 소용없어'를 론칭한다"고 밝혔다. 해당 캠페인은 성소수자 당사자와 앨라이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 캠페인으로, 지난해엔 싱어송 라이터 핫펠트 등 국내 셀럽이 참여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젠더프리 배우 강다현 씨, 유튜버 굴러라구르님, 동성부부 건보 소송의 당사자 소소부부(김용민·소성욱) 등 올해 캠페인 참여자들은 "(영상) 콘텐츠를 통해 성소수자라는 나의 정체성을 긍정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캠페인 참여의 소감을 밝혔다. 해당 영상들은 오는 26일까지 순차적으로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한편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은 지난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계기로 제정된 국제적 기념일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레즈비언게이협회(ILGA) 등 국제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해당 일을 기념하면서 기념일이 공식화됐다. 국내에선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9년, 2020년, 2022년에 해당 일을 기념해 위원장 명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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