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광란의 구찌 뒤풀이 파티에...주민들 “정신병 걸릴 듯” 분통
‘쿵쿵’ 음악 소리에 주민들 시달려
신고 52건...순찰차만 9대 출동
경찰 권유에도 파티 계속해
구찌, 다음날 뒤늦게 한 줄짜리 사과
명품 패션 브랜드 구찌의 패션쇼 뒤풀이가 한밤중 ‘광란의 민폐 파티’로 변질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과도한 소음과 빛 공해에 시달려야 했다. 구찌는 수십여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 시간 동안 파티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비난이 이어지자 행사 다음날 오후 뒤늦게서야 달랑 한 문장의 사과문만 내놓았다.
17일 구찌와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구찌는 16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경복궁 근정전에서 ‘2024 크루즈 패션쇼’를 열었다. 이날 패션쇼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구찌의 첫 크루즈 패션쇼인데다, 한국 문화유산의 자존심 격인 경복궁에서 열려 큰 주목을 받았다. 구찌의 CEO 마르코 비자리는 “세계적 건축물인 경복궁을 통해 한국 문화와 연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구찌의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가수 겸 배우 아이유를 비롯해 배우 이정재, 김혜수, 박재범, 에스파 윈터, 뉴진스 하니 등 연예인과 패션계 관계자 등 약 57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문제는 패션쇼 직후 인근 건물에서 열린 애프터 파티에서 불거졌다. 패션쇼의 성공을 자축하는 파티가 밤이 깊어갈수록 큰 음악소리를 내고 레이저 조명을 사방으로 쏘면서, 잠을 청하는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날 밤 11시 35분께 파티장 인근에 사는 주민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원거리에서 촬영한 파티 영상을 올리며 심한 불편함을 표출했다. A씨는 “진짜 정신병 걸릴 것 같다. 왜 저걸 밖에 다 울리게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여기 사람 사는 곳인데 지금 11시 30분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온 동네에 섹시걸 어쩌고 너의 몸몸몸매 어쩌고 하는 (노래 가사)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진짜 어이가 없다”며 “엄마가 경찰서에 신고했다”고도 덧붙였다.
첨부된 영상을 보면 한밤중에도 불구하고 빛 공해로 인해 주변이 환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소음 문제도 심각했다. A씨가 먼 거리에서 촬영했음에도 ‘쿵쿵’ 거리는 비트가 느껴질 정도였다.
인근 주민 B씨도 17일 오전 1시 30분께 경찰이 출동한 영상을 찍어 올리며 “밤 12시 다 되도록 쿵쾅쿵쾅하더니 마침내 경찰이 출동하길래 뭐지 싶었는데 경복궁 구찌쇼 애프터파티였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날 애프터 파티에는 아이유와 박재범, 에스파 윈터, 뉴진스 하니 등 일부 연예인들과 패션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태국의 모델 겸 배우인 다비카 후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이유와 볼 뽀뽀를 나눈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참다못한 인근 주민들이 쏟아낸 민원만 총 52건에 달했다. 또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상황 정리를 요청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축제’를 이어가 결국 소음 관련 경범죄로 통고처분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 9시 29분 최초 출동을 했으나, 소음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11시쯤 기동대와 순찰차 9대가 출동했다”면서 “결국 통고처분서를 발부했고, 상황 정리하는데 3시간 정도 걸려 자정이 넘어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누리꾼들도 “주변이 주거지인 곳에서 저런 짓을...완전 실망이다”, “경복궁에서 쇼 잘 해놓고 애프터파티로 싸구려 감성을 보여준다” 등 SNS에 구찌를 성토하는 글들을 잇달아 올렸다.
이에 대해 구찌는 17일 오후 뒤늦게 한 문장의 짤막한 사과문만 밝혔다.
구찌는 “지난 16일 패션쇼 종료 후 진행된 애프터파티로 인해 발생한 소음 등 주민들이 느끼셨던 불편함에 대해 깊이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구찌는 지난해 11월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열 계획이었으나 이태원 참사 직후 취소한 바 있다. 구찌가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연 16일에도 서울광장에선 이태원 참사 200일 추모제가 열렸다. 앞서 루이비통도 지난달 29일 서울 잠수교에서 프리폴 패션쇼를 열면서, 당시 잠수교를 24시간 통제해 시민들이 불만을 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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