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韓 총공세 나선 구글, AI 시장 내주지 않으려면

최은수 기자 2023. 5. 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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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구글 바드 '한국어' 지원, 한국 포털 1위 네이버 추격 의지
경쟁력 확보 위해 양질의 학습용 데이터 개방 절실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1999년 서울에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휴대폰을 동시에 3대나 쓰고 있던 기억이 강렬하다."

구글이 챗GPT 대항마 '바드'를 선보이며 영어와 함께 첫 서비스 지원어로 한국과 일본어를 선택한 것이 화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그 이유를 꺼내며 24년 전 한국 방문 일화를 소개했다. 모바일과 첨단 IT기술이 발달해 테스트베드로서가치가 있고 어순·문법이 영어와 완전히 다른 언어라 다른 언어들의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업계에선 구글이 '바드'에 한국어를 우선 지원한 속내가 네이버를 의식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은 전세계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구글이 평정하지 못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중국 밖에 없다. 중국의 경우 정치적 영향이 컸고, 오로지 민간 시장 경쟁에서 구글을 이긴 검색 사업자는 네이버가 유일하다.

전세계 검색 시장을 평정한 구글 제국에서 네이버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검색 기술력 보다는 ‘한국어’와 한국인 정서에 특화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변화해온 덕분이다. 네이버는 블로그와 카페, 지식인 등 자체 콘텐츠 생태계를 기반으로 '통합검색'이라는 한국형 검색 서비스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로 전환되면서 경쟁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무기로 포털 다음을 제치고 현재 시장 점유율 40%로 네이버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네이버를 제압하려면 뭔가 새로운 '한방'이 필요하다. 구글은 AI 검색에서 답을 찾은 듯 하다. 챗GPT 서비스 이후 질문을 내놓으면서 답을 주는 생성형 AI 검색이 검색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구글 바드의 한국어 지원이 네이버에 한발 앞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생성형 AI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네이버는 챗GPT 대비 한국어를 6500배 더 학습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와 이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검색 서비스 ‘서치GPT(가칭)’를 7월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 역시 하반기 생성형 AI 코GPT 2.0을 기반으로 한국형 챗GPT ‘챗지피티’를 선보일 방침이다.

현재로선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자칫 네이버, 카카오 등 토종 기업들이 검색 주도권을 완전히 해외 기업들에게 뺏길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 규모부터 다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는 AI 개발에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 붇고 있다.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컴퓨팅 기술 부문에서도 격차가 상당하다.

구글에 인터넷 시장을 통째로 내주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데이터 개방이 급선무다. 생성형 AI 고도화를 위해 학습용 디지털 데이터 확보는 필수다. 정부도 잘 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AI 학습용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개방한다는 입장이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해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을 통해 확보한 학습용 데이터셋 310종을 오는 7월 말까지 'AI허브'에서 순차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무분별하게 국민들의 데이터를 해외 서버로 넘기지 않는 선에서 공공 데이터 개방과 활용에 정부가 보다 과감히 나서야 한다는 요구다. 데이터 분야 전문가들은 “AI는 대량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야만 타당한 결과를 도출한다는 점에서 데이터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정보보호법, 저작권보호법 등 각종 규제도 AI 시대에 걸맞게 재정비 돼야 한다. 정부가 얼마 전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한 디지털 신질서 정책 수립방안을 내놓은 건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는 챗GPT, 자율주행, 로봇 등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을 위한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 오는 9월까지 '디지털 권리장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데이터 개방과 규제 완화로 토종 기업들이 디지털 시장에서 해외 빅테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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