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사정찰위성 1호기 성능은…“해상도 20m 조악한 수준”?
기능테스트 위한 전기지상지원장비·우주환경시험 시설은 미공개
북한이 ‘클린룸’처럼 꾸민 시설에서 조립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실물을 노출하며 발사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과시했다. 이에따라 북한 군사정찰위성의 해상도가 어떤 수준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총조립 상태 점검과 우주 환경시험을 최종적으로 마치고 탑재 준비가 완료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의 시찰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했는데, 군사정찰위성 실물이 노출됐다. 지난달 19일 대형 모니터 화면을 통해 위성의 형상을 보여준 지 약 한 달 만에 실물을 노출한 것은 발사 준비 과정이 막바지에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사진으로 미뤄 일단 정찰위성 1호기 조립은 끝났고 위성체 내부의 각종 부품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고 봤다. 1호기의 총조립 상태와 각종 부품 및 장비 정상작동 여부를 체크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를 종합할 때 북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해상도는 20m 정도로 미국 대학에서 제작하는 연구 위성 해상도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m 해상도라는 것은 가로세로가 20m인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식별하는 정도를 말한다. 최근 미국·한국 등 위성 해상도는‘ 0.5∼0.7m’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북한의 전자광학 기술이 후진적인 기술적 한계에다 대북 제재 및 코로나19 로 해외 구매가 어려워 정찰위성 기술이 조악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북한 군사정찰위성의 해상도가 높을 가능성은 열려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시험에서 공개한 사진의 해상도가 ‘조악한 수준’이라는 한국측 분석에 대해서 "누가 830초에 지나지 않는 1회성 시험에 값비싼 고분해능 촬영기를 설치하고 시험을 하겠는가"며 "내가 알기에는 국가우주개발국이 시험용으로 개조한 상업용 촬영기로, 그것도 직하점(위성과 지구의 중심을 연결하는 직선이 지구 표면과 만나는 점)자리길이 아닌 경사측면 촬영을 기본으로 하면서 촬영기 운용지령에 대한 관제시험과 지상관측초소들에서 화상자료와 각종 측정자료들을 수신, 분석하는것을 시험의 기본 목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군사정찰위성에는 고분해능 촬영기가 들어간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점검에서 딸 주애와 흰 연구복과 모자를, 연구원들도 청색 방진복과 모자, 마스크를 각각 착용해 조립시설이 ‘클린룸’이란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사진에 나타난 조립장 시설에는 위성체 총조립 및 시험을 위한 전기지상지원장비(EGSE)가 보이지 않는다. 보통 위성을 조립하고 시험할 때는 규모가 큰 EGSE가 필요한데 그런 장비가 보이지 않는다고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가 주장했다.
다만, 1호기 내부와 연결된 여러 개의 케이블이 바닥에 길게 늘어서 있어 규모가 적은 EGSE는 갖췄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위성체를 조립하고 시험하는 데 있어 EGSE는 매우 중요하다. 위성은 일단 발사되면 지상에서 운용 방식 등을 약간 조정할 수 있을뿐 아예 회수해서 점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운용 중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위해 발사 전 지상에서 각 기능을 완벽하게 테스트해야 하는데 EGSE가 이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중요시험을 했다고 주장했던 각종 촬영 장비에 대한 조종지령 및 자세조종지령 장치, 우주환경 시험시설 등도 공개하지 않았다.
장 교수는 북한이 위성(광명성3호 2호기)을 처음 발사했던 2012년 이후 "클린룸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면서 "사진상으로 볼 때 전체적으로 시설은 조악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위성 조립은 완료한 상태로 기능시험을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군사정찰위성 1호기는 4면의 태양전지판을 접었고, 2면의 노란색 다층박막단열제(MLI)를 감싼 육각 모양이다. 태양전지판은 위성이 작동하도록 전력을 공급하고, MLI는 우주 환경의 급격한 열 변화로부터 위성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위성체 상단에는 광학카메라를 넣는 경통 2개가 설치됐다. 통상 고도 500∼600㎞ 저고도에서 운용하는 위성이라 해도 해상도가 좋으려면 경통이 길어야 하는데 북한 1호기 경통은 짧아 해상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중량 300㎏, 높이 1.2m가량으로 추정되는 1호기를 우주 궤도로 올리는 발사체는 액체연료 3단 로켓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액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15·17형을 개발했기 때문에 1호기를 쏠 수 있는 액체연료 로켓 제작 기술은 이미 갖추고 있다.
1단은 듀얼 체임버(Dual Chamber·쌍연소실)의 백두산 엔진(160t 규모), 2단은 단일 체임버 백두산 엔진(40t 규모), 3단은 보조로켓으로 사용했던 소형 액체엔진 2기(3t 규모)가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로켓 발사대 근처에 약 90m 높이의 새 타워 크레인을 설치, 65m 높이의 기존 발사대를 20m 이상 더 키우는 공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38노스 보도로 미뤄 발사대에서 조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즉 1단 로켓은 조립동에서 제작해 레일을 이용해 발사대로 옮긴 다음 2, 3단은 크레인을 이용해 발사대에서 조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통 위성체 체계 개발 단계상 위성체 총조립 이후에도 각종 기능시험이 진행되므로 실제 발사에는 시일이 상당히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산과 외국산 제품이 뒤섞인 위성 부품들이 극한의 상황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려면 부수적인 기능시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극한의 우주 환경을 견뎌야 하는 위성 부품은 북한 내에서 자체 개발하는 것도 있지만, 서방의 제재에도 핵심 부품은 상당 부분 수입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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