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 “주 52시간제, 업무 특수성 반영해 개편 필요”
경제학자들이 ‘최장 주 69시간’ 논란을 일으켰던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장시간 노동의 남용을 막는 보완 장치가 부족했고, 의견 수렴 등 추진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일주일에 최장 12시간까지 허용하는 연장 근로를 월·분기·연간 등으로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69시간 논란에 휘말렸다.
한국경제학회는 17일 ‘근로시간 정책’ 관련 경제학자 4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현행 주 52시간 상한제가 업종, 직무,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적용돼 근로시간 산정 단위 기간을 월·분기·연 등으로 업무 특수성을 반영해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학자들 의견이 절반 이상(54%)이었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행 주 52시간제는) 개별적인 산업·기업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경직적으로 적용돼 근로자에겐 사실상의 임금 감소, 기업엔 비용 증가라는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자들은 현행 주 52시간 제도를 일부만 손봐도 된다는 입장이다. “주 52시간제 자체에 경직성이 다소 내포돼 있는 건 맞지만, 제한적으로 예외를 인정하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견이 33%였다. 곽도원 고려대 교수는 “주 52시간제가 지켜지지 않을 때 강력한 처벌 대책이 마련되는 게 (근로시간 대폭 개편보다) 우선”이라고 했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은 지난달 입법예고 기간이 끝났고,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보완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 추진 과정의 문제점으로는 ‘장시간 노동의 남용을 막는 보완 장치가 부족’(39%), ‘의견 수렴 등 추진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35%) 등이 꼽혔다.
근로시간 관련 시급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김현철 성균관대 교수는 “총 근로시간을 크게 줄여 일·가정 양립이 가능해지는 방안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고 했고,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현행 주 52시간 상한제 정착에 추가해서 포괄임금제에 대해서도 철저한 규제, 감독, 처벌이 필요하다. 포괄임금제도가 필요한 직종도 있겠지만 각종 수당 지급 없이 일을 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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