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숨지게 한 70대 운전자...1심 뒤집고 2심서 유죄된 사연

/midjourney·조선디자인랩

승용차로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항소한 검찰이 요청한 현장 검증에서 1심 판단을 뒤집을 증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대구지법 형사항소 2-3부(재판장 이윤직)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77)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29일 대구 달성군의 왕복 4차선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다 무단횡단하던 여성 B(80)씨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작년 7월 1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무단횡단을 예측하거나 대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A씨가 전방 주시 등을 위반해 교통사고를 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지검은 항소에 이어 재판부에 현장 검증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야간에 A씨가 탔던 승용차와 같은 차량, B씨가 입었던 것과 비슷한 옷을 준비하는 등 사고 당시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현장 검증 결과 사고 장소가 민가·상점·버스정류장 등이 있는 도로여서 보행자의 통행이 잦은데다 운전자가 전방 주시를 제대로 했다면 사고 발생 지점 100m 앞에서 정지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이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도로를 무단횡단한 B씨의 잘못도 있고 유족과 합의한 점이 인정되나, A씨 범행으로 B씨가 사망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