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 시인…아내 위해 쓴 시집 ‘그녀를 그리다’ 제33회 편운문학상 수상
아내와 함께한 30년, 그 이후 딸과 함께 지낸 10년이 모인 40년의 기록이 한 권의 시집이 됐다. 세상을 떠난 아내는 어느 시인의 곁에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했지만, 흔적으로만 느껴지는 아내는 그에게 상실감 뒤에 찾아오는 짙은 어둠을 안겨줬다. 그는 아내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 시를 썼고, 그의 마음은 아내뿐 아니라 세상에도 전달됐다.
지난 11일 편운문학상운영위원회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그녀를 그리다’의 박상천 시인과 시집 ‘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의 정채원 시인을 제33회 편운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편운문학상은 한국 현대시의 거목인 편운 조병화 시인이 1990년 제정한 상으로 1991년부터 올해까지 33회에 걸쳐 한국 시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한 시인과 평론가에게 수여해왔다.
아내를 떠올리며 쓴 시집 ‘그녀를 그리다’를 통해 이번 상을 받게 된 박상천 시인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으로 각별한 의미가 담긴 시집이 많은 이들의 마음과 공명할 수 있어 벅차오른다는 소감을 전했다.
박 시인은 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로 대학에서 교편을 잡는 등 많은 업무로 인해 시집을 많이 출간할 수 없던 환경이 이어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년 이후 시간이 확보되자 처음으로 낸 시집이 바로 아내를 생각하면서 쓴 ‘그녀를 그리다’였다”면서 “많은 분들이 이 시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고 말씀하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데, 상까지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 시인은 시집에 대해 설명하면서 시집 속에 ‘슬프다’, ‘외롭다’와 같이 감정이 직접 발화되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가 시로서 자리매김하려면 이런 자세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슬프다고 해서 슬프다고 쓰면 그건 시가 아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의 시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에서 건져 올린 추억과의 접점을 응시하는 과정 속에서 담백하고 절제된 묘사로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의 굴곡을 만들어낸다.
박상천 시인은 “아내가 가 있는 그곳은 편지를 부칠 수도 없고 전화 통화도 되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이 시들 만큼은 아내에게 가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싸우며 10년, 친구로 20년을 함께 지내면서 항상 내게 관대했던 아내에게 이번 수상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제33회 편운문학상 시상식은 20일 오전 11시 안성시 양성면 조병화문학관(관장 조진형)에서 개최된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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