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구제역에 소고기값 또 오르나… ‘청정국’ 복귀 물건너가 수출도 타격

세종=김민정 기자 2023. 5. 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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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구제역이 돌아오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들썩일 가능성이 커졌다.

7년 만에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되찾을 준비를 하던 정부 시도가 무산되면서 한우 수출길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구제역 확산으로 한우 수출 확대를 위한 발판이 됐을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획득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정부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면 한우 수출길을 확대하려 준비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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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총 7건 신고… 돼지도 전염병 걱정
소·돼지 살처분에… 축산물 물가 출렁이나
한우 수출 확대 발판 됐을 ‘청정국’도 무산
지난 16일 충북 증평군 도안면 석곡리의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스1

4년 만에 구제역이 돌아오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들썩일 가능성이 커졌다. 7년 만에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되찾을 준비를 하던 정부 시도가 무산되면서 한우 수출길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구제역은 소, 돼지 등의 입술, 혀 등에 물집이 생기며 체온이 오르는 병이다. 전염성이 높아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구제역을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했다. 정부는 구제역 위기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충북 청주를 시작으로 충북 증평군 한우농가에서도 구제역이 확인됐다. 지난 13일까지 청주에서만 구제역이 확인됐지만, 14일에는 증평의 한 농가에서도 확진되면서 현재까지 총 10건의 구제역 확진 사례가 신고됐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농식품부는 농장에서 사육 중인 한우를 긴급행동지침(SOP) 등에 따라 살처분할 계획이다. 또 농장에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파견해 사람·가축·차량의 농장 출입을 통제한다.

구제역이 발생한 청주와 인근 지역에서 사육하는 한우는 98만 마리로 국내 한우 사육 두수(350만 마리)의 30%에 달한다. 청주의 경우 방역대 안에 축산농장이 237곳, 증평의 경우 농장 179곳이 모여 있는 만큼 추가 확진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충북 지역을 중심으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퍼지면 한우 산업에 직격타가 될 수 있다.

돼지도 전염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올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총 8건이 발생했다. 돼지열병이 전국에 걸쳐 발생했던 2019년 이후 발생 건수가 가장 많다. 농식품부는 이달 경기·충북·경북 16개 시군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2단계 소독 등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했다.

구제역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번지면 축산물 물가도 출렁일 수 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축산물 소비가 늘어나는데, 일부 도매상이 수급 구조에 손을 대면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소·돼지 348만 마리를 살처분한 2010~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에는 돼지고기 가격이 4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지난 11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구제역 확진 한우 농가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소 매몰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한우 소비자 가격은 100g당 1만3000원대(안심 기준)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돼지고기 소비자 가격은 100g당 2500~2600원대다. 지난달 외식 물가가 1년 전보다 7.6% 뛰는 등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 하는 상황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마저 들썩일 경우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도매상들이 가격 오를 것을 예상해 물량을 잠그면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면서 “구제역이 발생해 오히려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어 농가에 피해가 갈 수 있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구제역 확산으로 한우 수출 확대를 위한 발판이 됐을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획득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자 지난해 세계동물보건기구에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 회복을 신청했다. 이달 중 백신 청정국 지위를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지위 회복이 어려워졌다.

정부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면 한우 수출길을 확대하려 준비 중이었다. 정부는 말레이시아에 ‘할랄 한우’ 수출을 시작으로 한우 수출물량을 200톤(t)까지 늘리고, 국내 소고기 가격 하락을 막겠다는 목표도 세웠지만 수포가 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청정국 지위를 획득하려면 2년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사실상 청정국 인증은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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