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삼성전자·인텔 등 관저로 불러 일본 투자 요청한다
보조금 지급 등 논의 예정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세계 굴지의 반도체 대기업 수장들과 한 자리에서 만나 일본 내 투자와 일본 기업과의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일본 정부가 17일 밝혔다.
회담은 1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리며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미국 인텔·IBM·마이크론 테크놀로지·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벨기에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아이멕)의 최고위급 경영자 7명이 참석한다.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차 일본을 방문한 각 기업 대표들에게 일본 정부가 요청해 회담이 이뤄졌다. 일본 정부에서는 기시다 총리 외에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세계 굴지의 반도체 대기업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담을 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아사히신문은 반도체 등 주요 물자의 공급망 강화가 경제안보의 핵심이 된 상황을 일본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연결하기 위해 기시다 총리가 회담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회담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일본에서의 투자·사업 계획에 관해 설명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이뤄질 첨단 반도체 디바이스 시제품 생산 계획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아이멕도 일본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연구거점설비 마련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와 니시무라 장관 등은 각사의 계획을 듣고 보조금 지급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의 국내 생산 지원을 국가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는 TSMC가 소니·덴소와 합작해 구마모토현에 건설하는 공장에 최대 4760억엔 지원을 결정했다.
김형주 LG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정부로서는 이례적이고 진전된 결정이었다”며 “아베 신조 정권 때만 하더라도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 지원을 강조했는데 전 세계적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의 독자 자강노선보다는 해외기업 투자 유치와 기술제휴 등을 적극 도모하고 보조금도 지급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가격보다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 후반 세계 점유율의 50%를 차지하며 세계 시장을 석권했지만 2000년대에는 한국, 대만, 중국 업체들이 부상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그러나 최근 공급망 단절 위기를 겪은 애플 등 발주 기업들이 반도체 업체에 생산기지를 여러 곳에 둘 것을 요구하고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확충에 나서자, 일본 정부도 이 같은 기류를 활용해 해외 투자 끌어들이기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여전히 경쟁력 있다고 평가받는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산업과 결합해 자국 산업 경쟁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 내 반도체 관련 매출을 2030년 현재의 3배인 15조엔으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내걸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5일 도쿄에서 열린 반도체 관련 전시회에서 “민·관을 합해 1조4000억엔(약 14조6000억원)을 넘는 대담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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