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교육경비 예산 대립으로 추경안 처리 무산…협치는 실종
박경귀 시장 아산형 교육사업 신규 편성…국민의힘 "시의원 본문 망각한 행태…시민 피해 우려"
충남 아산시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교육경비 삭감으로 인해 끝내 무산됐다. 집행부와 시의회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여야 시의원간 협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17일 아산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제242회 임시회가 추경안 심사를 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안 심사를 위해선 교육경비 원상복구를 주장하며 박경귀 시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교육경비 예산 논란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말 시의회를 통과한 본예산에 포함된 교육경비 예산 10억 원을 박 시장의 지시로 집행 중단하면서다. 당시 박 시장은 "잘못된 예산을 뒤늦게 알게 됐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잘못된 예산의 근거로는 특정 학교에 대한 지원과 교육지원청 예산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업을 관례처럼 지자체가 지원하는 게 맞지 않다는 논리였다.
박 시장은 특히 집행 중단한 예산만큼 아산에 맞는 교육 사업으로 대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시의회는 즉각 반발하고 절차를 문제 삼았다. 의결권을 갖고 있는 시의회의 권한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시의회와 교육관련 시민단체들은 연일 집회를 열고 교육경비 예산 복구를 주장했지만 집행부에서 올해 첫 추경안에 집행 중단한 교육사업 예산을 모두 삭감하고 아산형 교육사업을 추가시켰다.
민주당 소속 김희영 의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242회 임시회 제1회 추경안을 심의하지 못했다"며 "박 시장은 이런 사항을 예견하고 충분히 해결 가능했던 사안이었지만 이제 와서 시의회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 시장은 본예산에 편성했으나 집행 중단을 결정한 교육지원경비 예산 10억 원을 추경안에 감액 편성해 제출했다"며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박 시장에게 정상적인 집행을 촉구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의회의 예산안 심의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예산에 담긴 교육경비 예산을 원안대로 반영한 수정 예산안이 제출되면 언제든지 추경안 심의에 임할 것"이라며 "시장이라는 권력을 남용한 독단 행정으로 진실을 왜곡하며 시민을 세뇌시키는 일은 그만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추경안 심사 중단은 민주당의 결정이라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의장이란 직책으로 불리할 때는 '아산시의회 의원 일동'이라 하고, 정당으로 갈 때는 우리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표현하는 이중적 태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사태는 민주당 소속 9명의 시의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에서 발생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이 필요한 예산 심의를 전면 거부하는 것은 의원 본분을 망각한 행동임을 민주당 의원들은 명심하길 바란다"며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시민들에게 심려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집행부와 시의회, 민주당과 국민의힘간 대립이 이어지면서 정작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경안 심사가 중단되면서 필요한 예산이 제때 사용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추경안에는 지류와 모바일, 카드 등 '아산페이' 발행을 위한 예산 156억9000만원도 포함돼 있어 당장 6월부터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시점을 놓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라며 "교육경비 예산을 둘러싸고 4개월 넘도록 시간이 있었지만 협치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설득과 협상이 필요한데 강대강 대치만 남아 시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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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대전CBS 인상준 기자 sky0705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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