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연휴 ‘응급실 뺑뺑이’... 고열 시달리던 5살 아이 숨졌다

윤진호 기자 2023. 5. 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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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사실관계 파악 중”
환자를 실은 구급차가 한 병원 응급센터에 도착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스1

어린이날 연휴에 고열이 있는 다섯 살 아이가 서울 시내에서 병원을 전전하다 입원 진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17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밤 서울 군자동에 사는 다섯 살 A군이 고열과 호흡이 가빠지는 증상을 보이자 부모는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A군은 부모와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향했지만 4곳에서 병상이 없거나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A군은 ‘입원 없이 진료만 받겠다’는 조건을 달고 간 다섯 번째 병원에서 ‘급성 폐쇄성 후두염’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 다음 날에도 같은 증상을 보여 가족은 전날 갔던 응급실에 연락했지만 “입원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진료라도 받기 위해 응급실에 갈 채비를 하던 중 A군은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아이 어머니는 “(아이가) ‘엄마, 쉬가 안 나와’ 하더니 갑자기 주저앉았다. ‘엄마, 나 목소리 왜 이래’ 그러더니 그냥 바로 1초도 안 돼서”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 어머니는 아이와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갔지만 도착 40여 분 만에 숨을 거뒀다. A군 아버지는 “서울 한복판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입장문을 내고 “다섯 번째 병원에서야 겨우 치료를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입원 진료를 받지 못해 숨졌다”며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의료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는 중으로 시급하게 현장 상황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은 병원 측에 과실이 없었는지 조사하고 응급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을 경우 행정처분 등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병원 응급실에서 아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 적정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응급실 표류’를 하다 사망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대구에서도 4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학생이 2시간 동안 응급실을 돌다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방문한 병원에서 심정지로 사망했다. 복지부는 이 사건과 관련,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등 4개 응급 의료기관에 대해 과실이 있다고 보고 행정처분을 실시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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