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집값 상승 거래’에 소환된 ‘2009년 V자 반등’... “그때와는 진폭 달라”
”현재는 일시적 반등...하반기, 지지 또는 보합세”
“강남3구는 급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강동과 같은 인접 지역도 오름세에요. 하락장 때 집값이 뚝뚝 떨어졌던 인천은 보합세로 바뀌었고 세종은 상승세로 전환됐어요. 2008년 집값 하락 후 급반등 했던 때가 자연스럽게 생각나요. 몸이 기억하는 거죠. (한 건설사 관계자)”
강남3구 등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일각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브이(V)자형 반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거래량과 미분양 현황, 경기 제반 여건 등을 고려하면 당시 상황과 양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일시적 반등’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주택 관련 지표 대부분이 상승세다. 매매심리를 보여주는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5월 2주(8일 기준) 77.3을 기록했다. 전주(76.2) 대비 1.1포인트(p) 오르며 13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전국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지수(3월 기준), 118.6을 기록해 전월(117.7)보다 0.75% 상승했다. 실거래 가격지수는 지난해 4월(138.1)에 정점을 찍은 뒤 5월(137.0)부터 올해 1월(116.7)까지 계속 떨어졌는데 2월에 서울과 경기가 반등했다. 특히 3월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울에서는 강남3구를 포함한 ‘동남권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3월 동남권 실거래가지수는 3.22% 올라 2020년 7월(4.49%)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대출규제가 완화하면서 급매물이 소진됐고 가격 반등으로 이어졌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처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꿈틀대자 일각에선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후 ‘2009년 V자 반등’ 양상이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의 반등 조짐을 소위 폭락장 후 이어지는 급반등으로 보기엔 무리라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2008년 9월 15일) 전 부동산 시장은 서울 잠실 등을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폭증하면서 ‘역전세 대란’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당시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보금자리 주택 150만 각 등 대규모 공급계획까지 발표했다. 그럼에도 이듬해인 2009년 뚜렷한 브이자 형태를 그리며 반등했는데, 다섯 차례의 금리 인하 등 인위적 부양책과 유동성 공급에 의한 반등 성격이 강했다.
전문가들은 거래량에 주목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V자 반등을 보인 2008년 9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아파트 매매 거래량을 보면, 2008년말 1500건에도 채 못 미치다가 이듬해 1월 3377건, 2월 4498, 3월 4957, 4월 7766건으로 꾸준히 상승해 8월에는 8704건에 달했다. 거래량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V자 반등이 가능했다는 뜻이다. 반면 올해 3월 기준, 아파트 거래량은 3000건에 채 못 미치는 수치다.
최근 아파트값의 급격한 하락에도 V자 반등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부동산 호황기인 2020~2021년에 아파트 거래량이 많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마디로 살 사람들은 대부분 샀다는 뜻이다. 또 하락장 이후의 데스캣바운스(일시적 반등)로 봐야 한다. 실제 2009년 V자 반등 이후 2010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졌고 2011년 전세계적인 ‘디폴트 위기’가 오면서 2012년 국내 부동산 시장의 추가 폭락이 이어졌다. 이후 2013년 7월 서서히 반등하기 전까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거래량과 버블의 크기가 금융위기때와 너무 다르다. 지금은 거래량이 적고 수급도 빠지고 있어서 일시적 반등장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통화량 대비 시가총액은 올해 1월 기준 130%로 평균 109%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미분양 수치도 다르다. 2009년 3월 전국 미분양은 16만5641가구로 정점을 찍었지만, 5월 15만 가구 6월 14만 가구로 점차 줄었다. 반면 올해 3월 전국 미분양은 총 7만2104가구 정도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하락세였다면 하반기에는 ‘지지 또는 보합’의 흐름으로 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격이 더 떨어지려면 급매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하는데, 다주택자가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약한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정부는 그동안 단계적으로 수도권에 대한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했고 이에 따라 취득세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중과가 완화된 상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신청액이 30조원에 달하는 특례보금자리론 판매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해진데 따른 효과가 이미 가시화됐다”면서 “하반기에는 이른바 하락 변수가 개선되면서 지지 또는 보합세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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