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백신 20일까지 긴급 접종, 항체 형성 2주가 고비…“전국 확산 가능성은 낮아”
국내에서 4년 4개월여만에 구제역이 발생한 가운데 정부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전국 소·돼지·염소·사슴 등 축산농가에 백신을 긴급 접종하고, 가축시장을 일시 폐쇄하는 등 방역조치를 강화키로했다. 정부는 다만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가 국내 백신으로 방어가 가능하고, 백신 항체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전국적인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첫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전날까지 총 10건의 구제역 발생 농가가 확인됐다. 충북 청주가 9건, 증평이 1건으로 이 가운데 1곳은 소가 아닌 염소 구제역으로 확인됐다.
구제역은 소, 돼지, 염소, 양,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 감염되는 질병으로 국내에서 1급 가축 전염병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구제역이 발생한 10개 농장 모두 첫 발생 신고 이전에 해외에서 유입된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됐고, 백신접종 미흡 등으로 인해 항체형성이 잘되지 않은 개체들 중심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이달 20일까지 전국 우제류 농가에 구제역 긴급 백신접종을 실시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농가들에 백신을 공급하고 자가접종이 어려운 고령·소규모 농가(50두 미만)는 공수의사(동물병원 수의사) 등을 통해 백신을 접종하며, 50두 이상 대규모 농가는 자가접종을 실시한다.
접종 여부 확인을 위해 시군별로 공수의사, 축협 직원, 가축방역관 등으로 긴급 접종 확인반을 구성해 운영하고, 백신 항체 양성률 모니터링 검사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긴급 백신접종 불이행 농가는 과태료 처분(1000만 원 이하)과 함께 살처분 보상금을 100% 감액 지급할 계획이다.
차단방역도 한층 강화한다. 기 발생 지역과 인접 위험지역 등에는 백신접종 완료 및 항체형성 기간(2주)을 고려, 16일부터 30일까지 2주간 이동을 제한하고 가축시장을 폐쇄한다.
정부는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가 백신으로 방어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앞서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가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 바이러스와 98.9%의 상동성을 보는 등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국내에서 사용 중인 구제역 백신이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국내 구제역 백신 항체 양성률이 2022년 기준 소 축종의 경우 98.2%로 높게 유지되고 있어 전국 확산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바이러스 잠복기(최대 2주), 추가 접종에 따른 항체형성 소요 기간(2주) 등을 고려할 때 산발적인 추가 발생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이날 농식품부 긴급 브리핑에서 “접종 후 2주가 지나면 대부분의 개체들이 항체를 충분히 갖는 상황이되고 그렇게 되면 구제역 상황은 안정되고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 2주까지 확산을 최대한 막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구제역 발생과 살처분 규모 확대에 따른 축산물 가격 급등 우려 등에 대해서는 “구제역 발생이후 소고기 가격이 5~10% 상승했지만, 이동제한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면서 “구제역 대응이 2011년에 살처분에서 백신접종으로 전환한 뒤 소의 경우 공급에 영향줄 정도의 살처분을 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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