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학자금 대출 논란, 이런 사안도 타협 못하면 정치할 자격 없다
(서울=연합뉴스) 학자금 대출의 이자 면제 혜택을 확대하는 법률 개정안이 16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은 일정 이상의 소득이 생겨 상환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 이전의 이자, 그리고 상환 개시 후라도 육아휴직·실직·폐업·재난 발생 등으로 상환이 유예되는 경우 이자를 면제한다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소속 교육위원들은 법안에 반대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한국장학재단의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은 대학생이 재학 중 대출을 받고 졸업 후 원리금을 갚게 하는 제도로 현재는 대출 때부터 이자가 붙는다. 민주당은 청년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법안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정부·여당은 대학생 표를 노린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표결이 남아 있지만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강행 처리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재의요구권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 거대 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정치 실종, 협치 부재의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걱정이다.
안정적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직장을 잡더라도 고물가에 휘청이는 사회 초년생들의 고통을 국가가 분담해야 한다는 개정안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윤 대통령도 지난 대통령 선거 때 학자금 대출 제도의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고,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학자금 대출 중 일부를 아예 탕감해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세대의 교육만큼은 기성세대가 책임져야 한다는 '세대 간 계약'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배분이나 형평성 측면에서 적절한지는 따져 봐야 한다. 민주당은 급여가 높지 않고 지위가 불안정한 비정규직 취업이 많다는 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고등교육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개정안 추진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교육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여당의 비판에 "학자금 대출 이자 1.7%를 면제해 주면 한 달에 만 원 정도 혜택이 생기는데, 만원 이자 지원이 과연 포퓰리즘인가"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민주당 말대로 월 1만원 이자를 면제하는 것이 청년들에게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의문이다. 혜택은 미미하고 부작용만 크다면 다른 방법도 찾아봐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대학에 가지 않은 청년이나 대출받은 소상공인과의 형평성, 도덕적 해이 가능성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대출이 가능한 소득 1~8구간 중 8구간 가구의 경우 소득과 재산을 환산한 월 소득 기준액이 1천만원을 넘어 취약계층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4구간 이하에는 의무 상환 개시 전까지 이자가 면제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교육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최근 복당한 민형배 의원을 무소속 신분으로 가세시켜 법안을 통과시킨 후 "수십조원의 초부자 감세는 되고, 대학생 이자 감면은 안 되느냐"면서 "일방적으로 처리해서라도 꼭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집권 때도 비슷한 법안들이 발의됐다가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보류된 바 있다. 지금에 와서 일방통행식으로 강행하려는 것이 혹시 다른 정치공학적 계산 때문은 아닌지, 부작용을 줄일 더 나은 대안은 없는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국민의힘도 대선 때 쏟아냈던 각종 청년 공약을 꼼꼼히 점검해 실천해야 한다. 모든 공약을 100% 이행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미래 세대인 청년들에게 한 약속만큼은 흐지부지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청년층의 형편이 나빠졌다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1년 기준 학자금 대출의 체납 건수는 3만9345건, 체납액은 481억 원이다. 4년 전인 2017년에 비해 건수와 액수 모두 약 3배로 폭증했다. 중산층 이상은 모르겠지만 취약계층 청년들에 대해서는 좀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 올해 우리나라 전체 예산은 639조원이고 교육 예산만도 102조원이다. 이런 나라의 국회가 수백억 원 규모의 청년·교육 사안에도 원만한 타협을 하지 못한다면 여든 야든 정치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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