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진'에 코스피 상장사, 1분기 영업익 반토막
코스닥도 10곳 중 4곳 적자…IT 부진 두드러져
코스피 시장 상장사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50% 이상 급감했다. 수출의 기둥 격인 반도체 산업이 불황을 벗어나지 못한 영향이 컸다. 다만 자동차 등 운수장비 업종의 호조에 전체 매출액은 소폭 증가했다.
코스닥 시장 상장사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감소폭이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한 가운데 정보기술(IT) 업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살얼음' 반도체에 맏형 삼성전자 뚝…제외해도 부진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622곳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5조16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75% 급감했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57.68% 쪼그라든 18조8424억원에 그쳤다. 매출액은 697조3744억원으로 5.69%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률도 각각 3.61%, 2.7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6%포인트, 4.05%포인트씩 떨어졌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급감이 결정적이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95.47% 급감한 6402억원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조8639억원 이익에서 3조4023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이로써 이들 반도체 양대기업의 영업익 감소분만 19조7474억원에 이르렀다. 코스피 전체 이익 감소분(28조935억원)의 70%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반도체 업황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대표적 경기민감업종인 반도체 산업은 다운사이클(침체기)에 진입했다.
한국전력공사(한국전력)도 올해 1분기 6조1776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폭이 심화됐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더딘 수요 회복과 더불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경기 자체의 정상화 지연에 따른 추가적인 반도체 수요 둔화 가능성이 컸던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연결 영업이익은 24조52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34%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한국전력을 제외한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34.57% 줄어든 30조7031억원에 머물렀다.
이 가운데서도 자동차 기업의 선방은 돋보였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6.25% 급증한 3조5927억원을 기록하며 상장사 전체 1위에 올랐다. 2위에 오른 기아 역시 전년 대비 78.9% 늘어난 2조8740억원의 영업익을 냈다.
이 영향에 자동차 기업이 포함된 운수장비 업종의 영업이익 또한 전년 동기보다 124.56% 급증한 7조5629억원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기계, 비금속광물, 유통업, 건설업종에서 영업익이 늘었다. 반면 적자전환한 전기전자를 비롯해 운수창고, 철강금속 등 12개 업종에서 영업익이 감소했다.
코스피 상장 12월결산 622곳 가운데 순이익 적자기업은 전년 동기 대비 19곳 증가한 152곳으로 전체의 24.44%를 차지했다. 흑자기업은 470곳이었다.
한편 금융업종은 금리인상의 수혜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연결기준 집계가 가능한 코스피 금융회사 42곳의 1분기 순이익은 11조698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94% 증가했다. 영업이익 또한 같은 기간 9.57% 확대된 15조3103억원을 썼다.
순이익 규모는 금융지주가 6조495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보험 2조9874억원 △증권 1조2659억원 △은행 7266억원 순이다. 순익 증가폭으로는 △증권(41.98%) △보험(19.25%) △은행(12.26%) △금융지주(3.86%) 순으로 컸다.
코스닥 영업익도 26%↓…부채비율도 높아져
코스닥 상장사들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1115곳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조490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2.20% 급감했다. 순이익 또한 이 기간 26.30% 감소해 2조495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매출액은 67조6036억원으로 7.5% 증가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모두 3.7%로 각각 3.2%포인트, 1.7%포인트 낮아졌다.
IT 업종의 실적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코스닥 IT 업종 397곳의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보다 86.10% 감소했다. 경기침체 여파에 반도체와 IT 부품, 통신장비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관련 업체의 영업익이 대폭 쪼그라들었다. '위드 코로나' 등으로 제약업종의 영업이익도 1년 새 93.14%나 급감했다.
한편 이들 코스닥 상장사의 연결 부채비율은 110.7%로 작년 1분기보다 3.2%포인트 높아졌다. 안정성 측면에서 나빠졌다는 뜻이다.
또한 이들 중 58.3%인 650곳이 1분기에 흑자를 냈지만 465곳(41.7%)은 적자였다.
한수연 (papyru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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