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5달러로 크게 오른 미국 47개 지역, 되레 일자리 늘었다”
통념과 달리 최저임금 크게 올려도 고용 늘어
최저임금이 15달러 이상으로 대폭 오른 미국 일부 지역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증대로 이어졌다는 실증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통념과 달랐다.
미국 UC 버클리 노동고용연구소(IRLE)는 지난 1일 이런 내용이 담긴 ‘높은 최저임금과 수요독점 수수께끼(High Minimum Wages and the Monopsony Puzzle)’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연구에는 IRLE 소속 마이클 라이히 교수 등 경제학자 3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캘리포니아·뉴욕주가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는 정책을 편 이후 처음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장 간 인과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이 실험군으로 삼은 곳은 지난해 1분기까지 최저임금이 15달러 또는 그 이상으로 오른 미국 47개 카운티(캘리포니아주 25개, 뉴욕주 22개)다. 대조군은 연방 최저임금이 7.25달러로 오른 2009년 이후 최저임금에 변화가 없는 카운티다. 또 종사자들이 대표적인 저임금 노동자이며 레스토랑 종업원 등과 달리 팁을 받지 않아 임금 계산이 복잡하지 않은 패스트푸드 업계에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주가 정한 최저임금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정한 지역, 시장임금이 높은 카운티는 분석에서 배제했다. 이들 지역은 이미 임금이 높아서 최저임금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분석 결과 최저임금을 높이는 정책은 소득을 증가시켰고, 일자리를 줄이는 효과는 없었다”며 “더 나아가 중위임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하위 10%의 시간당 임금이 증가했다. 캘리포니아·뉴욕주에서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지 않았다면 임금 불평등이 줄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주목할 부분은 최저임금을 15달러 이상으로 올린 뒤 “뚜렷한 고용증대 효과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최저임금 연구는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간 교섭력이 같다고 가정하고,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감소한다는 전제를 수용했다. 하지만 1994년 미국 프린스턴대의 데이비드 카드, 앨런 크루거는 최저임금이 오른 뉴저지주와 그렇지 않은 펜실베니아주 경계에 있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을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는 일부 연구자들에겐 노동시장이 완전경쟁이 아니라 수요독점과 유사한 상황일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용자가 노동자에 비해 압도적 힘을 가지는 수요독점 상황에선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증가한다. 다만 수요독점 모델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고용이 준다고 봤다.
보고서는 “수요독점 모델은 사용자들이 임금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노동시장에서 소폭 혹은 완만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증가시키지만 매우 큰 폭의 인상은 고용을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며 “연구진이 확인한 고용에 대한 긍정적 효과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업효과가 일어나기 시작하는 수준이 최소한 15달러보다는 높은 지점이라는 걸 시사한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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