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데스노트, 이영미 ‘렘’의 비밀이 풀리다 [양형모의 일일공프로젝트 23]

양형모 기자 2023. 5. 17. 14: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이영미 렘은 노선이 다르다” … 미사를 보며 질문을 던지다
- 1막 등장 이후 1시간 공백, 과연 분장실에서는 어떤 일이?
- 김준수와의 이중창 잘 어울릴 듯 … “실제로는 만날 일이 없어요”
“그게 뭐죠?” 인터뷰에 앞서 주섬주섬 무선 핀마이크를 꺼내고 있자니 이영미 배우가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신기해요. 제가 은근 기계치여서. 사실 알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제가 옛날 사람인가 봐요(웃음).”

이영미 배우와의 인터뷰는 꽤 오랜 만입니다. “결혼(2014년 7월) 전에 했던 게 마지막이었죠?”라고 하니 “아닐 걸요. 그 이후에 한 번 했던 거 같은데요.” 해서 찾아보니, 정말이네요. 2017년 8월에 인터뷰를 했습니다. 당시 이영미 배우는 ‘미 온 더 송(Mee on the song)’이라는 모노 뮤지컬 작품을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했었죠. 부군인 김태형 연출이 대본과 연출을 맡고, 이영미 배우가 모든 넘버를 직접 작곡한 ‘가족 뮤지컬(?)’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6년 만의 인터뷰. 오랜 만입니다. ‘카리스마 여왕님’.

이영미 배우는 요즘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여자 사신 ‘렘’ 역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습니다. 데스노트는 지난해 오디컴퍼니가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무대에 올린 이후 팬들의 “보낼 수 없어” 사랑을 받으며 샤롯데시어터에서 두 번째 앙코르 공연 중입니다. 이영미 배우의 ‘렘’은 이번이 처음이죠.

(이 인터뷰는 5월 11일 충정로 스포츠동아 인근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진행되었습니다)

- 데스노트 봤습니다. 기대했던 만큼 ‘렘’이 무척 잘 어울리시더라고요. 렘은 처음이시죠.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오디컴퍼니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크리스마스이브였죠. 오디 작품은 ‘맨 오브 라만차’ 알돈자 이후니까 정말 오랜만이네요. 제가 ‘라만차’를 2013년에 하고, 2014년에 결혼을 했거든요. 거의 10년 만이죠.”

- ‘렘’은 분장도 의상도 과할 정도잖아요. 분장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리겠죠?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아요. 30~35분 정도? 보통 분장이 10~15분 정도 안에 끝난다고 보면 2배 넘게 걸리는 거긴 하지만.”

(이영미 배우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

“렘 얼굴을 해놓고는 거울을 보면서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 싶었거든요. 생각해보니 ‘록키호러쇼’ 마젠타 할 때가 생각나는 거예요. ‘헤드윅’ 이츠학 때도 사진을 찍기 위해 드래그퀸 분장을 한 적이 있는데 딱 그때 본 얼굴 같기도 하고요. 사실 ‘렘’은 얼굴이 하얗다뿐이지 크게 손을 대지는 않아요. 처음부터 진짜 하얀색으로 싹. 그게 강렬한 거 같아요. 그리고 그 위에 파랗게.”

- 의상도 꽤 무거워 보이는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입어보니) 의외로 아니더라고요. 그 안에 입는 옷이 등산복 재질인 것 같기도 하고. 특수재질이라 너무 편해요. 신축성도 굉장히 좋고. 그런데 걸치는 게 좀 많긴 해요. 망토랑 어깨 부분에 공룡뼈처럼 생긴 걸 두 개 달고. 머리부터 분장, 신발(부츠)까지 저는 다 마음에 들더라고요.”

- 음…. 렘이 무대 위에서 느릿느릿 다녀서 사람들은 다들 이영미 배우가 굉장히 무거운 의상을 입고 힘들게 걷는다고 생각할 텐데요.

“흐흐 무겁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빨리 빨리 다니면 캐릭터를 해칠 것 같아요.”

- 데스노트는 일본의 만화가 원작이죠. 이런 장르의 만화를 평소에도 좋아하는 편이신가요.

“사실 이런 류의 만화를 본 적은 없고요. 저는 순정만화 취향입니다(웃음). 어릴 때 엄청 좋아했어요. 그런데 10권짜리면 마지막 권을 먼저 봐요. 주인공들이 맺어지는지 안 맺어지는지를 꼭 확인을 한 다음에 다시 앞에서부터 보는 거죠.”

- 데스노트 원작만화는 물론 보셨겠죠?

“네. 그런데 만화치고는 글이 꽤 많더라고요. 열심히 읽었습니다(웃음). 결말이 뮤지컬과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 뮤지컬 데스노트는 2부까지 만들어야겠네요. 제가 이번에 고은성 ‘라이토’, 김준수 ‘엘’ 캐스팅으로 봤는데요. 김준수 배우야 말할 필요가 없고, 고은성 배우의 팬분들도 굉장히 많으시더라고요.

“그럼요. 팬분들이 보내시는 커피차가 매일 와요. 은성이가 요즘 완전 대세예요. 제가 은성이랑 ‘스팸어랏’도 같이 했거든요. 그때 은성이가 스물 네 살이었대요.”

- 저도 그 ‘스팸어랏’을 봤습니다. ‘호수의 여인’ 역이셨죠.

“그렇죠. 기자님도 요즘 공연 많이 보시더라고요. 부지런하십니다.”

- ㅎㅎ 전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고요. 올해부터 좀 다시 발동을 걸어볼까 해서 지금 ‘일일공 프로젝트’ 인터뷰도 하고 있는 거죠.

“요즘 엄청 보시던데요. 인스타그램에 올리시는 거 보고 있으면 제가 진짜 숨이 차요(웃음).”

- 데스노트는 사람의 이름을 적으면 죽는다는 콘셉트죠. 누구나 한번쯤은 ‘나도 저런 노트 갖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이영미 배우도 데스노트는 좀 그렇고, ‘보복노트’ 정도는 ….

“그렇죠. 갑자기 길을 가다 새똥을 맞는다든지. 발이 겹질려서 넘어진다든지. 그 정도 귀여운 보복이라면 … 하루에 세 명씩은 쓸 수 있죠. 매일 매일 양산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 물론 누구라고는 ….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 데스노트를 보면 렘은 참 인상 깊고 존재감이 뚜렷한 캐릭터임에도 1막에는 딱 한 번, 그것도 초반에만 등장한단 말이죠. 그리고 2막에 나오는데요. 사실 이런 것도 처음 봤을 때는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그걸 이제 깨달으신 거예요?”

- 관객입장에서는 극의 스토리와 장면에 빠져들다 보면 그렇게 될 수 있거든요.

“모르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사실 1막에 나오고 2막에 다시 등장하기까지 1시간이 넘어요.”

- 그렇게나요?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분장실에 혼자 계시는 건가요? 그 시간에 과연 렘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단 말이죠.

“분장실을 미사랑 같이 쓰는데요. 미사는 무대와 분장실을 여러 차례 왔다갔다하니까 저 혼자 있는 시간이 아무래도 많죠.”

- 그래서 제가 다음과 같은 보기를 만들어 봤습니다. 중복 채택도 가능합니다. Q. 렘은 분장실에 혼자 있으면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① 모니터에서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공연을 지켜본다. ② 2막의 대사와 노래를 연습한다. ③ 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낸다. ④ 간식을 맛있게 먹는다. ⑤ 1~4번 모두 한다.

“음… ①번 ④번은 아니군요. 일단 모니터를 보고 있다가 제 노래와 대사를 한 번씩 해보고, 폰을 볼 때도 있고. 아무래도 1시간이 넘는 시간이니까요.”
- 간식은 안 드시는군요.

“안 먹어요. 립을 그려놓은 게 지워지는 게 싫기도 하고. 그래서 전 공연 시작하면 물 빼고는 뭘 먹지 않는 편입니다.”

- 먹는 배우도 없지는 않겠죠?

“있겠죠.”

- 등장 회수에 비해 렘은 굉장히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란 말이죠.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일단 넘버가 세 곡 정도 있는데 다 훌륭하고요. 남자 캐릭터들인 라이토, 엘은 빠르고 막 지르는 넘버들이거든요. 그 사이에 발라드 넘버는 렘하고 미사가 한단 말이죠. 그래서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저도 렘의 넘버를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그 ‘어리석은 사랑(When Love Comes)’은 잊혀지지 않죠. 자신이 영원한 삶을 포기하고 한 줌 모래로 변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미사의 사랑을 돕겠다는 내용. 이영미 ‘렘’이 이 넘버를 부를 때는 정말 절절하거든요. 이런 넘버들을 불러야하기 때문일까요. 그동안 ‘렘’을 연기한 배우들을 보면 그야말로 가창력의 여왕들이었습니다.

“초반 등장 이후 한참을 쉬었다가 나오는 만큼 넘버를 못 부르면 곤란하겠죠. 노래도 노래지만 존재감이나 무게감 같은 것도 중요할 것이고. 아마 캐스팅할 때 이런 부분을 좀 보시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 ‘이영미 렘은 좀 다른 느낌이다’라는 말을 듣지는 않나요. 제가 봐도 박혜나 ‘렘’, 김선영 ‘렘’과는 꽤 다른 것 같습니다.

“사실 ‘이영미 렘은 노선이 다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 독특한 평가로군요. 노선이라 하면 어떤 걸까요. 캐릭터 해석과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랜 저의 팬이자 친구에게 물어봤는데 그 친구는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그냥 훨씬 따뜻하다’,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런데 이런 것은 노선이 다른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고 …. ‘사랑에 대한 이해’는 확실히 제가 표현하려고 했던 여러가지 중의 하나이긴 합니다. 굉장히 많은 것을 담고, 무대에서 움직이고, 노래하고 있기는 한데 절반도 전달이 안 됐어요.”

- 그건 많이 아쉬운데요.

“제 생각은 이렇거든요. 류크는 좀 뭐랄까. 재미나 흥미, 이런 걸 찾는 사신이잖아요. 류크의 노래에 보면 그런 게 나와요. 사신들의 머릿속에는 야심이나 꿈이 없고, 철학적인 질문도 없고, 그냥 죽음같은 권태로움만 있다. 그런데 얘(렘)는 이제 그 권태로움 안에서 질문을 하기 시작한 거죠. 넘버에서 ‘왜 인간들은 이럴까. 얘들은 왜 이렇게 엎치락뒤치락 살면서도 서로에게 집착하고, 사랑이라는 거에 목숨을 걸까’. 렘의 가사는 계속 뭘 물어봐요. 류크하고는 다르죠.”

- 그리고 2막에서 드디어 미사를 만나는군요.

“미사를 만나면서 계속 미사를 바라보고, 미사가 하는 말이나 노래를 통해서 답을 찾는 거죠.”

- 렘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사실 연습실에서는 연출님이 주시는 노트와 디렉션. 딱 거기까지밖에 저도 못했어요. 그런데 개막을 앞두고 리허설 때, 풀 착장을 하고 무대에 서서 미사의 노래를 들으면서 저도 제 나름의 답을 찾기 시작한 거죠. 미사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사랑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존재의 이유는 뭐지? 난 왜 태어난 거지?”

- 바야흐로 ‘이영미 렘’의 비밀이 풀려가는 것 같습니다.

“미사가 부르는 넘버 ‘비밀의 메시지’가 있죠. 그 장면에서 저는 대사도 없이 미사를 따라다니면서 계속 자신에게 질문을 해요. 그냥 뭐라도 태어난 이유, 이런 게 필요해. 그럼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내 존재 이유는 뭐지. 나의 존재 이유는 쟤(미사) 때문이야. 사랑이야. 그 감정은 뭐야. 나도 그런 거 갖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제가 움직이는 거거든요.”

- 그러다가 결국 미사를 위해 죽겠다는 결심을 ….

“네. 그래, 이렇게 해서 죽는 게 나한테는 의미가 있어. 내가 이렇게 오래 살아왔지만 아무 의미가 없었잖아. 나는 권태롭잖아. 나 이거 한번 해볼래. 렘의 가사 중에도 그런 게 있거든요. 사랑이 너한테 무엇이기에 스스로 이 모든 것을 바치나. 나는 이해할 수 없는 그 사랑. 나도 알고 싶어. 그래서 결국 렘의 선택에 이르게 되는. 그 ‘노선’이 사실은 다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 거죠.”

- 렘은 대사와 노래가 없이도 그런 연기를 하고 있는 거군요.

“그런데 사실 보여줄 수 없는 부분이 많아요. 저의 감정은 제 안에만 있기 때문에 그걸 관객 분들께서 다 몰라주신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런 연기를 하고 있는 거죠.”

- 미사가 이 세상에서는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아이돌 스타지만 사신이 보기에는 그저 죽을 운명의 나약한 인간들일 테죠. 그런데 과연 저 ‘하찮은’ 인간을 위해 수 천 년을 살아왔을 사신이 영원한 삶을 포기하고 소멸을 선택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 대한 개연성을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이제 좀 궁금증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사실 원작 만화에서도 렘에 대한 감정은 표현되지 않아요. 어쩌면 뮤지컬보다 더. 뮤지컬은 노래가 있어서 감정을 표현하잖아요. 만화에서는 그런 것조차 없으니까. 그냥 봤을 때는 굉장히 우울하고 어둡고 암울하게만 보이거든요.”

- 개인적으로 라이토와 엘 중 누구 편입니까.

“저는 라이토 편은 못 들 것 같아요. 생각해 봤는데 엘의 정당성이 더 있다고 봐요. 누가 누군가의 죄를 판단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빼앗을 수 있는가. 그 정의란 것도 결국은 자신만의 정의니까요. 그렇지만 엘은 이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을 잡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 그렇긴 합니다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라이토 같은 존재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누가 판단할 수 있느냐는 거죠. 혹시 그 누군가가 저를 오해해서 죽이면 어떡해요. 그게 내가 된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불평등이겠죠.”

- 그럼 렘도 데스노트에다가 ‘라이토’ 이름을 좀 쓰지 그러셨습니까. 흐흐

“사신은 인간 사회에 관여하면 죽는 거니까요. 인간 세상의 질서를 흩트리는 일을 하면 죽는 거예요. 그래서 미사의 스토커를 없애준 젤러스라는 사신도 소멸된 거고. 아마 렘도 거기서부터 시작했을 것 같아요. 미사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스토커를 죽임으로써 젤러스는 미사를 구해주고, 사신으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서 모래로 변해 사라지게 되죠. 그 과정을 보고나서 렘은 미사를 만났단 말이에요.”

- ‘젤러스’라는 이름도 사실 질투라는 의미잖아요. 데스노트는 상당히 기독교적 혹은 안티 기독교적 코드가 많은 작품으로 볼 수 있는데요. 특히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그렇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일일공프로젝트>에서 다뤄볼 예정입니다만. 혹시 이런 부분에 대해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나요.

“배우나 스태프들 사이에 공론화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연출님과 얘기를 나눈 적은 있죠. 기독교적 코드, 상징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 마니아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저도 사실 ‘렘’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기독교의 ‘희생양’을 떠올렸습니다. 라이토도 ‘라이트(빛)’이고.”

- 저는 데스노트를 세 번쯤 봤는데 엘은 모두 김준수 배우였습니다. 김준수 배우가 굉장히 독특한 음색을 갖고 있잖아요.

“연습실에서 다들 한번씩 준수씨 성대모사를 하곤 한답니다. 하하! 그럴 정도로 독특하다는 거죠.”

- 김준수 배우는 뮤지컬 배우로서는 굉장히 드물게 허스키한 목소리를 갖고 있는 데다 창법도 개성이 강하죠.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옥주현, 조정은 등 여배우들과 이중창을 하면 소리가 참 아름답게 섞인다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이영미 배우와 이중창을 하면 어떤 사운드가 나올까 참 궁금하거든요. 렘과 엘의 이중창이 있다면 참 좋았을 텐데요.

“저는 괜찮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둘 다 칩이 있는 소리인데 …”

- 칩이 뭔가요.

“(바람소리 같은 소리가) 이렇게 겹겹이 쌓여있는, 그러면서도 하이가 섞인 그런 소리죠. 제 생각에는 준수씨하고 제 목소리가 잘 맞을 것 같아요. 근데 엘하고 렘은 이중창은커녕 만나는 장면도 없어요. 거의 끝날 때가 되어서야 인사하면서 보는 거죠(웃음).”

- 엘의 명대사가 있지 않습니까. 저 그 대사를 제일 좋아하는데요.

“엘의 명대사요? 어떤 거죠?”

- “고등학생이다”. 요 부분에서 소름이 쫙 돋거든요. 몇 번을 봐도.

“하하! 이번에 엘을 김준수, 김성철 두 배우가 하고 있는데요. 둘이 정말 다르거든요. 그 ‘고등학생이다’도 두 사람이 완전히 달라요.”

(이 부분에서 이영미 배우는 두 배우의 ‘고등학생이다’ 대사 흉내를 내보였습니다. 지면으로 옮길 수 없는 것이 아쉽네요)

- 이제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긴 인터뷰 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나저나 ‘카리스마 여왕’은 언제쯤 내려놓으실 겁니까.

“저 옛날에 내려놨는데요.”

이영미 배우는 요즘은 뮤지컬배우로 주로 활동하고 있지만 원래 가수로 출발해 오랜 기간 동안 배우 겸 가수로 활동을 해 왔습니다. 거의 모든 노래를 스스로 작곡, 작사한 싱어송라이터이죠. 이영미 배우는 “이제 정체성 자체가 배우 쪽에 더 많이 맞춰져 있는 것이 맞다”고 했습니다. 가수로서 음반, 콘서트 계획 같은 것을 묻자 “사람은 때가 있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저한테 뭔가 물밀듯이 ‘하고 싶다’라는 욕구가 들 때가 있거든요. 그게 갑자기 올해 말이나 내년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요즘 트로트가 대세인데요. 트로트는 어떻습니까.” “트로트 좋아하는데 저보다 잘 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으시잖아요(웃음). 그런데 트로트 프로그램 나가자는 사람들이 있긴 했죠.” “그래서 뭐라고 하셨나요.” “먼저 나가시라고 했죠. 흐흐. 근데 또 모르죠. 이러다 갑자기 트로트 프로그램에서 저를 보게 되실 수도. 하지만 지금은 데스노트를 보러 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사진제공 | 오디컴퍼니

※ 일일공프로젝트는 ‘일주일에 한 편은 공연을 보자’는 대국민 프로젝트입니다.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