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개 폐기 '1만원'…1200마리 팔아치운 번식업자들 검거

1250여 마리의 반려동물 사체가 발견된 경기 양평군 한 주택./사진=뉴스1

반려동물 1250여 마리를 굶겨 죽인 뒤 자신의 집에 방치한 60대 처리업자에게 폐기 목적으로 개와 고양이 등을 돈을 주고 넘긴 동물번식업자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양평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50대 A씨 등 동물번식업자 3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나이가 들어 번식 능력이 떨어진 개와 고양이 등을 처리업자인 60대 B씨에게 1마리당 1만원을 주고 넘긴 혐의를 받는다.

B씨는 2020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애완동물 번식 농장 등지에서 개 1243마리와 고양이 13마리 등 총 1256마리를 넘겨받은 뒤 사료와 물을 주지 않고 굶겨 죽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등 번식업자들은 '노령견을 싼값에 처리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처리업자 B씨에 연락해 한 번에 20~30마리를 수거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씨는 A씨 등에게 넘겨받은 개들을 굶겨 죽인 뒤 고무통과 물탱크 등 자신의 주택 곳곳에 방치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최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경찰은 B씨의 1년 6개월 치 통화내역에 있는 800여명과 동물번식업자 번호를 분석한 끝에 이들을 입건했다.

A씨 등은 "동물을 넘긴 사실은 맞지만, B씨가 죽일 줄은 몰랐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별도의 장부가 없는 탓에 B씨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뽑아 일일이 대조하면서 수사를 진행했다"며 "A씨 등이 상품 가치가 떨어진 반려동물을 싼값에 처리하기 위해 죽일 것을 알면서도 넘긴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